한나라당이 10일 오전 여의도의 렉싱턴호텔에서 개최한 시도지사 정책협의회는 '정부 규탄대회'이자 난상토론의 장이었다. 비수도권 시도지사들은 '풍비박산' '가증스럽다' '분노' 등의 격한 표현을 쏟아내며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비판했고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단체장들은 '시대 추세'라며 옹호론을 펼쳤다.
정우택 충북지사는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 남을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지사는 "그린벨트나 자연보전권역 해제를 비합리적인 수도권 규제완화로 포장하는 것은 가증스럽다"며 "당 지도부가 막아주지 않으면 비수도권은 강력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광태 광주시장도 "호남을 죽이는 정책"이라며 "호남 민심은 허탈감을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옛날엔 장남 한 명만 잘 키우면 동생들을 이끌어갔지만, 지금은 혼자 잘 살고 나머지는 풍비박산이 난다"고 했다. 김진선 강원지사도 "어느 한쪽을 집중 개발해 이익을 나누겠다는 식은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완주 전북, 박준영 전남지사는 "어려운 때일수록 기본으로 풀어가야 한다", "지방을 죽이고 수도권의 삶의 질을 죽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완구 충남지사도 "수도권 규제 완화 필요성에 대한 객관적, 실증적 자료가 있다면 받아들이겠다"고 비판했다.
영남권 반발도 거셌다. 시도지사협의회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방과 관련된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사전에 시도지사들과 의논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관용 경북지사는 "지방은 출발점에 있고 수도권은 50m 앞에 서서 100미터 경주를 시작하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수도권이 앓고 있는 중병들을 더욱 깊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김범일 대구시장은 "낙동강에 한강의 반의 반만이라도 투자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 단체장들은 방어벽을 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영국 프랑스 등은 이미 1980년대부터 수도권 중심의 발전정책으로 변화를 시도했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수도권 규제완화는 시대 추세에 맞는 바람직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격렬한 난전에 한나라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내년부터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등 지방정부의 독자재원 마련 방안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시도지사들을 달랬다. 조윤선 대변인은 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시도지사들의 의견은 27일 발표될 정부의 국토동반발전 계획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이화영 인턴기자(이화여대 생명과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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