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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업, 활로를 찾아라] <2부> (4) 섬유-산업의 쌀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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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산업, 활로를 찾아라] <2부> (4) 섬유-산업의 쌀로 거듭난다

입력
2008.11.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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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말은 틀렸다. 사양기업이 있을 뿐이다. 남들이 의류용 섬유에 매달리던 시절에 우리는 산업용 섬유에 주목, 불황에 강한 블루오션을 창출했다. 극세사 클리너 부문에서 세계시장 1위를 지키며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용 섬유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겠다." (이영규 웰크론 사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 섬유산업에 큰 기회다. 중국 내 인건비 상승과 위안화 절상, 대외 신인도 추락에 따라 중국산 중저가 섬유제품의 시장 장악력은 이전 같지 않다. 조금 비싸더라도 품질과 신용도가 높은 한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김창호 코오롱패션머티리얼 대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대', 한국 섬유산업의 현주소다.

금융 불안에서 촉발된 세계적 실물침체가 위기라면, 시장이 신용과 안전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기회다. 국내적으로는 외환위기 이후 2,000여개 업체가 폐업하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양산 위주에서 고기능ㆍ다품종 소량 생산과 산업용 섬유 등 국제사회의 수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섬유업계가 재편된 것이 활로를 넓히고 있다.

배승진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상무는 "지금 우리 섬유산업은 패션은 물론 자동차 조선 반도체 의료 등 첨단산업의 핵심소재로 재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섬유 수출액 상승 반전

섬유업계는 지난해 말 작지만 의미있는 수치를 내놓았다. 1987년 단일업종 사상 첫 수출 100만달러 시대를 열며 효자종목으로 손꼽혔던 섬유류 수출액은 2000년 187억달러를 정점으로 급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내리막길을 치달은 지 7년 만인 지난해 다시 상승세(2.3%)로 반전, 134억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9월 말까지 월평균 2.4%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오랜 구조조정의 효과가 비로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섬유산업 전반에 걸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차량용 타이어의 강도를 높여주는 핵심소재인 타이어코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효성은 최근 바다 속 어망을 재활용한 의류용 나일론 원사 '마이판 리젠', 폴리에스테르 원사를 재활용한 의류용 섬유소재 '리젠'(RegenTM)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전 지구적인 친환경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다.

㈜코오롱은 슈퍼섬유(아라미드섬유)를 미국 듀퐁, 일본 데이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했다. 강철에 비해 100배나 강한 소재인 슈퍼섬유는 방탄복 항공기 내장제 등에 두루 쓰인다.

■ 의류에서 첨단 소재기업으로

의류용 섬유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최근 고기능 중고가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업체 최초로 2007년 세계적인 섬유소재전시회 '프리미에르 비종'에 참가한 영풍필텍스는 교직물 분야에서 탁월한 품질을 인정 받았고, 휴비스는 100% 옥수수섬유로 만든 친환경 섬유 '인지오'를 내놓았다.

또 고강력 레이온사인 프로모달 세계시장 점유율 2위 업체인 삼일방직은 원사 수출 1억달러를 목표로 2,000만달러를 투자한 제 3공장을 지난 달 준공, '갭', '바나나리퍼블릭', '바네사브루노' 등 국내외 유명 의류브랜드 50~60개 업체에 직물을 납품하고있다.

고기능 첨단소재 개발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지만, 국내 섬유산업 전반의 경쟁력 수준은 여전히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 대비 81%에 머물러 있다. 섬유부문별 소비 비중은 선진국이 70대30의 비율로 산업용 섬유 비중이 높은 데 비해 한국은 25%에 불과하다.

업계는 의류용과 산업용 섬유의 발전 해법을 달리 제시한다. 산업용 섬유는 첨단 기능성 소재 개발에 주력하되, 의류용 섬유는 우리나라가 비교 우위를 갖는 중고가 시장에서 산업 전반의 가치사슬을 탄탄하게 유지하자는 것이다.

김묘환 CMG 대표는 "섬유산업은 원료-원사-직물-염색가공-디자인-패션 등 타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를 더하는 사슬이 긴 만큼, 각 부문이 수평적으로 고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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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에 바란다/ 기업간 제휴 뒷받침 따라야

섬유업계는 한미FTA 체결, 중국의 국제신용도 하락 등 대외 환경을 국내 섬유산업의 질적 성장과 연결시키려면 대ㆍ중소기업간 전략적 제휴를 통한 기술혁신과 다양한 상품개발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섬유업체간 협력 컨소시엄을 구축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상품화하는 '섬유산업 스트림간 협력 기술개발 사업'에 정부의 좀 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사업은 '원사-직물-염가공-디자인-봉제-섬유의류 제품' 등 섬유산업의 가치사슬에 위치한 3개 이상 부문이 상품화를 목표로 2년간 공동 기술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처음 시작된 지난해 총 15개 과제에 95억원의 정부예산이 지원됐고, 올해엔 31개 과제에 약 200억원이 지원됐다.

섬산연 관계자는 "한미FTA 섬유부문 원산지 규정인 '얀 포워드'(Yarn Forwardㆍ메이드 인 코리아로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원사부터 국내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를 충족시키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도 예산 부족으로 경쟁률이 12대1에 육박하는 등 사업성이 우수해도 지원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섬산연은 또 공장 해외 이전으로 공동화한 국내 봉제 기반이나 2000년대 초 대표적인 공해산업으로 치부되며 해외 이전을 요구받았던 염색가공산업 등을 일정 수준 복원시키는 데 정부가 나서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중소업체의 경우 막상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대기업과 연계해 판로를 개척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당국이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지원하고, 대ㆍ중소기업간 다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요구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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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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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호 KFM 대표 "고어택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 창출이 중요"

"고어텍스처럼 브랜드 자체가 시장에서 권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2012년까지는 원단 분야에서 2개의 글로벌 브랜드를 내놓겠다."

김창호(사진)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이하 KFM) 대표이사는 그 동안 사양산업으로 치부됐던 섬유산업이 다시 효자산업으로 등극할 호기를 맞았다고 말한다.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와 실물침체로 휘청거리고 있지만,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체질을 강화한 우리 섬유산업은 불황기에 오히려 안정적인 고용창출 효과가 부각되고 환율 급등에 따른 수출 경쟁력 확보, 기능성 소재 개발 등으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외적인 환경을 기회로 바꾸는 전략은 '경쟁과 상생'이다. 국내 화섬업계의 대표 주자인 KFM은 주요 부문간 시너지를 확보하라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뜻에 따라 올해 3월 ㈜코오롱의 원사사업본부와 원단 및 염색가공업체인 코오롱하이텍스가 분할ㆍ합병돼 탄생했다.

국내 대기업 최초로 원사ㆍ원단ㆍ염색가공 등 주요 세 부문을 합쳤지만, 각 부문은 철저히 독립채산제로 운영돼 치열한 내부 경쟁을 벌인다.

KFM은 지난 달 28일 과천 본사에서 '지센'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업체 ㈜위비스와 상생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 소재업체와 패션업체간 상생협력의 토대를 놓기도 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에게 최종 상품을 제공하는 패션업체와의 신뢰를 토대로 한 상호협력 시스템 구축은 양사간 기술개발을 자극하는 획기적인 시도"라면서 "섬유-패션기업간 협력모델은 향후 한국 섬유의류 제품 전반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FM의 대표상품은 현재 '나이키' '노스페이스' 등 해외 브랜드에 납품하는 방수투습원단 브랜드 '하이포라'(HYPORA)다. 그러나 김 대표는 중간 가격대의 양산 브랜드로는 '섬유자재의 토탈솔루션 제공자'라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흡한속건성(땀을 빨리 흡수하고 마르게 함)과 항온 기능성을 실현한 첨단소재 'XF시리즈', 페트병에서 뽑아낸 실로 짠 재활용소재 '에코프랜' , 일본의 항균방취성 인증인 SEK마크를 획득한 항균기능성 소재 'ATB-100' 등 다양한 고기능성 제품 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다.

연 매출은 4,000억원대. 현재 개발 중인 생화학적 기능성 소재 등이 출시되는 2012년께 연 매출을 7,0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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