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근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경야독(晝耕夜讀)이라고 할 수 있다. 1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 측근들과의 간담회, 22일 아시아ㆍ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굵직한 해외 일정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이에 대한 과외공부에 여념이 없다.
낮에는 공식 일정으로 빡빡해 주로 밤 시간대가 수업시간이다. 이를 위해 지난 주에는 6일을 제외하고는 저녁 일정을 모두 없앴으며, 이번 주도 상황이 비슷하다. 출국일(14일) 전까지는 오후 일정이 끝나는 대로 학생의 자세로 돌아와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 대통령의 과외선생으로는 박병원 경제수석과 경제 관련 비서관들이 정규 멤버로 참여하고, 대학교수 등 전문가 그룹이나 한덕수 전 총리 등 전 정부 인사들도 자문에 임하고 있다. 앞서 3일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를, 4일에는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를 만나 조언을 구했다.
공부의 과목은 크게 세 가지다. 최근의 금융 위기와 관련, 다른 국가 정상들과 만나 국제공조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개진하면서 어떻게 한국의 참여 지분을 높이느냐가 첫번째고, 오바마 당선자의 한반도 정책 방향에 대한 연구가 다음 주제다. 국제 회의석상에서 만날 각국 정상들의 정치적 성향과 출신 배경, 취미 등 세부 사항을 입력하는 것이 마지막 과목이다.
이는 지난달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 대통령의 저서에 관심을 보이며 자국어판 출간을 제의한 것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수업시간에는 주로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집중해 듣지만 중간중간 이 대통령이 궁금점을 묻고 서로 토론하면서 합의점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대통령은 전문가들로부터 전해 들은 아이디어를 다른 참모진과 상의하는 등 교차 점검 방식을 통해 해법에 접근하고 있다. 여기에 브라질 상파울로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 결과를 토대로 국가별 맞춤식 대응 방식을 정하는 문제도 논의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해당 분야를 섭렵한 뒤에야 발언에 나서는 '꼼꼼형'이라 자문단이 진땀을 흘린다"면서 "시간만 나면 관련 참모를 불러 회의를 겸한 공부를 하기 때문에 비서진도 덩달아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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