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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잡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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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잡종

입력
2008.11.1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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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보인가 보수인가? 진보일 때도 있고 보수일 때도 있다. 진보와 보수의 중간쯤일 때도 있다. 중용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훌륭한 중도일 때는 적다. 어느 쪽으로 갈지 몰라 그저 가운데께 멍하니 서있는 몽매한 중도일 때가 대부분이다. 나는 좌파인가 우파인가? 어디까지가 우파고 어디까지가 좌파인지부터 모르겠다. 좌파 우파 그런 게 있다면, 어느 때는 우파, 어느 때는 좌파이고, 우파 좌파가 짬뽕되어 있는 때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나는 착한가 악한가? 애매모호할 때가 대부분이다.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는 백인인가 흑인인가? 당선자가 확정되던 날 한국의 언론은 그가 흑인인 것처럼 떠들었지만, 그는 흑인이 아니다. 백인과 흑인을 함께 머금고 있다. 이런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있다. 혼혈! 당선자가 스스로를 가리킨 말 '잡종'도 있다.

그가 흑인이었다면 과연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혼혈이었기에, 백인에게는 불안한 지지를, 흑인에게는 열광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한국의 진보와 보수는, 좌파 우파는, 상류층과 서민은, 남한과 북한은 혼혈이 되면 안 되는 걸까? 잡종이 되면 큰일 나나? 평행선처럼 달리며 멋져 뵈는 칼질을 주고받는 사이에, 모두 핏물 뚝뚝 흘리며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는데.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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