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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미국 어디로] <4·끝> 보수주의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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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미국 어디로] <4·끝> 보수주의의 몰락

입력
2008.11.1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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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 대선은 버락 오바마의 당선이 갖는 역사적 의미 만큼이나 공화당과 보수주의자에게는 충격 그 자체이다. 14년 만에 백악관과 상하 양원을 모두 내줬다는 것도 그렇지만 보수주의의 내적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공화당 내부에서 '피의 숙청'이 시작됐다"는 타임의 지적은 공화당의 험로를 예고한다.

공화당은 선거기간 내내 지리멸렬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후보로 지명된 이후에도 그의 이념과 정책을 놓고 잡음이 터져 나왔다. 보수파들은 '매버릭'이란 별명을 가진 그가 공화당의 적통을 이어갈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고 온건파들은 낙태, 이민정책, 동성애 등 핵심 이슈에서 오락가락하는 그를 미덥게 생각하지 않았다.

극단적 보수주의 입장을 취하는 세라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면서 매케인의 이념적 정체성은 더욱 뒤죽박죽이 됐다.

그 결과 공화당 이념적 버팀목의 한 축인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당을 이탈,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고 보수파의 핵심 이론가 크리스토퍼 버클리가 "오바마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며 고개를 떨구는 사태로 이어졌다. 당 지도부가 선거 승패와 상관없이 지난달 당 노선을 전면 재검토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은 물론 백인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데도 실패했다. 흑인은 90% 이상이, 히스패닉은 65% 이상이 오바마에 몰표를 던졌고 백인도 44%가 오바마 대열에 합류했다. 백인의 오바마 지지율은 과거 20년 동안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던 빌 클린턴 대통령보다 더 높았다.

지금 공화당은 당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를 따지는 백가쟁명식 논쟁으로 바람잘 날 없다. 6일 열린 긴급 대책회의도 미래의 방향성은 제시하지 못한 채 당의 전략과 이념 부재를 비판하는 성토장으로 변질됐다.

공화당의 근본 문제로 이념적 혼재가 꼽힌다. 작은 정부와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경제적 보수파, 낙태 및 동성애를 반대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보수파, 힘에 의한 정의를 부르짖는 신보수주의자(네오콘) 등이 동거하면서 분열상을 노출했다는 진단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미 군사력 위상 추락, 유례 없는 정부 개입을 초래한 금융위기, 중산층 몰락과 부의 편중은 이런 분열이 초래한 처참한 결과다. 영국의 가디언은 "공화당의 위기는 선거에 졌다는 것만이 아니라 30년간 보수계층을 형성한 정치적 동맹군이 흩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전략가인 댄 시뇨어는 "경제가 유권자의 최우선 관심사가 된 1990년대 이후 공화당이 경제 이슈에서 밀린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어디를 지향할 지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온건파는 달라진 민심을 흡수하고 민주당이 주도할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이슈에 대항하기 위해 보다 더 유연한 가치를 수용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보수파는 공화당의 핵심가치를 잃고 방황한데 원인이 있는 만큼 레이건 시대의 정통 보수주의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수적 싱크탱크 케이토 연구소의 마이클 태너는 "온건파와 강경파의 노선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라 페일린을 비롯해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등이 2012년, 2016년 대권 주자로 물망에 오르면서 위기에 빠진 '공화당호'의 조타수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좌표 없는 선박의 선장은 무력할 수 밖에 없다. 공화당은 '누구'가 아닌 '무엇'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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