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의도는 이미 명예(희망)퇴직 시즌이에요. 곧바로 구조조정이 오고 빈자리가 늘면 다시 피눈물이 나겠죠." 올해로 증권사 경력 17년차인 A씨는 "10년 전 IMF 때는 나만이라도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이제 올 것이 왔다"고 했다.
#2. 지방의 중소기업 임원 B씨는 최근 회사가 부도나면서 거리로 내쫓겼다. 수출이 급감하면서 하청일감이 줄었고, 탈 많은 환헤지상품 키코(KIKO)까지 가입해 도리가 없었다. 두 달 전엔 며느리가 구조조정의 희생양이 됐다. 아들 홀로 힘겨운 겨우살이를 감당해야 한다. 그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수렁 같다"고 했다.
감원, 해고, 구조조정 등 애써 지웠던 외환위기의 그림자가 다시 우리 사회를 덮치고 있다. 삭풍은 IMF 때처럼 은행 증권 등 금융권부터 몰아쳤다. 하나대투증권의 장기근속자 대상 희망퇴직(100명 안팎) 계획은 증권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다른 증권사도 쉬쉬하며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고, 연봉 역시 10~20% 삭감하는 추세다.
외국계 증권사는 더 심하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지난 주말 10명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 두 번째다. 모건스탠리도 10명 안팎을 내보낼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은 한발 앞섰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본부 조직 축소와 함께 직원 190명으로부터 희망퇴직을 받았고, 씨티은행도 연말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농협중앙회는 본부 인원 20% 감축에 나선다. 신한은행은 지점 100여 곳을 통폐합하고 본부 부서를 줄인다.
신규 채용도 꽁꽁 얼어붙었다. 올해 초 대대적인 영업망 확장에 나섰던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25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100명으로 줄였다. 현대증권과 대신증권은 아직껏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고, 하나대투증권은 올해는 아예 신입사원을 한 명도 뽑지 않기로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64개인 증권사가 앞으로 절반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비관했다.
웬만한 중견기업과 대기업도 피해갈 수 없다. 금호타이어는 팀장급 이상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연봉 100%까지 지급을 조건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고, 내년 상반기까지 350명의 유급휴업을 실시 중인 쌍용자동차는 얼마 전 "퇴직을 희망하는 휴업자에게 통상급 120일 분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희망퇴직에 노사가 합의했다. 더구나 바람막이 없는 중소기업은 도산, 실적부진 등에 따른 감원 태풍에 에누리없이 노출된 형국이다.
고찬유 기자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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