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일 논란을 빚어온 기간제 비정규직의 사용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 밝혔다. 그동안 이영희 노동부 장관 등이 비정규직보호법의 개정 필요성을 피력한 적은 있으나, 주무부처인 노동부가 사용 기간 연장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를 강력 저지한다는 방침이어서 노사 대립이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박화진 노동부 차별개선 과장은 이날 주례 브리핑에서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기간 연장에 대해 기존 2년에서 3~4년, 또 5년까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일단 기간 연장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도 비정규직의 근속기간이 2년이 안 돼 연장을 하면 1~2년을 더 인정 받을 수 있다"며 내심 3~4년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인 비정규직보호법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법률(기간제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노동위원회법 등 3가지다. 이 가운데 정부가 개정을 추진 중인 법률이 기간제법이다. 현행 기간제법은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무기계약(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는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이유로 사용 기간 제한을 철폐하거나 노사 합의로 사용 기간을 무제한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반면 노동계는 이를 '비정규직법 개악'으로 규정짓고, 강력한 반대 투쟁을 벼르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비정규직 고용 기간 연장은 정규직이 아예 필요없다는 얘기나 다름없다"며 "정부와 기업이 노동자의 불안 심리를 악용해 전체 노동 시장의 비정규직화를 유도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부가 첨예한 논란을 무릅쓰고 법 개정에 나선 것은 현행 비정규직법이 '해고 대란'을 촉발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실물경제도 침체 조짐이 가시화하면서 기업들은 내년 7월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재계약 대신 대량 해고를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는 최근 1년간 16만6,000명이 감소했지만, 시간제 근로자는 2만7,000명 늘어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해고가 손쉬운 시간제 근로자의 채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정부가 개입을 서두르는 이유로 꼽힌다. 현재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기간 연장에 대해 협의하고 있으나,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연내 입법화가 어려운 상황이다.
박 과장도 "일단 노사정위 논의를 지켜봐야겠지만 내년 7월이면 기간제 사용기간이 만료되고 법 적용 범위도 100명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되는 만큼 일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 논의가 어느 수준에서 더 이상 진척되지 않을 경우 정부 단독으로 개정안을 내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용제한 기간을 늘리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시정 제도는 강화하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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