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의 핵심인 초등 영어수업 시간 확대 방안이 10일 공청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2가지 안이다. 1안은 3ㆍ4ㆍ5ㆍ6학년 모두 3시간으로, 2안은 3ㆍ4학년은 2시간, 5ㆍ6학년은 3시간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이 중 2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과학기술부 고위관계자는 "한꺼번에 영어 수업 시간을 2배 이상 늘리기보다는 일단 1시간 정도 연장하는 것이 교육적 측면에서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행 시기는 2010년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어린 학생들에게 과중한 영어 학습 부담을 안겨주고,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을 되레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어 격론이 예상된다.
■ 초등 영어수업 최소 1시간 늘어
현재 초등학교 영어 수업 대상은 3학년부터다. 3ㆍ4학년은 주 1시간, 5ㆍ6학년은 주 2시간이다. 1997년 초등 영어수업 도입 당시에는 모두 주 2시간이었으나, 3ㆍ4학년만 2001년부터 절반으로 줄었다. 제7차 교육과정 적용으로 재량활동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교과부가 이날 발표한 안 대로라면 2010년부터 초등 영어 수업시간은 지금보다 최소 1시간 늘어난다. 연구 용역안을 제시한 이완기 서울교대 교수는 "주 1시간 수업으로는 전 시간에 배운 내용을 쉽게 잊어버릴 수 있어 학습 효과가 누적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교사는 지난 학습 내용을 복습하는 데 수업 초반부를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수업의 효율성과 효과를 고려하면 주 1시간 늘리는 것도 부족할 수 있지만, 한꺼번에 2시간 이상 늘리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해 2안의 '1시간 연장'에 무게를 실었다.
적용시기는 2010년 시행이 확실시 된다. 교과부 관계자는 "2010년부터 교육과정이 개정되는 만큼 여기에 맞춰 영어 수업 시간도 조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업시간 연장에 따른) 영어 교과서 개편에 1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현행 교과서에 보조교재를 함께 사용하면 2010년 시행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교육과정심의회 심의를 거쳐 다음달 초등 영어 교육과정 개정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 찬반 논란 격화 불가피
이 같은 교과부의 구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초등 영어수업 시간 확대 방안이 공개되자마자 찬반이 극명하게 갈릴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교원소청심사위원회 대강당에서 열린 공청회는 "수업 시간을 당연히 늘려야 한다"는 찬성 의견과 "부작용이 더 크기 때문에 당장 백지화하라"는 반대 견해가 충돌했다.
교과부는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설문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반대론 잠재우기'에 나섰다. 교과부측은 "초등 교원 1,377명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부모는 71%, 교원은 55.2%가 영어수업 시간 확대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학부모 찬성률이 특히 높은 데 주목한다.
학부모 10명 중 7명이 원하는 정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영어수업 확대로 전체 수업 시간이 늘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3ㆍ4학년은 매일 수업 시간을 균형 있게 배정할 경우 7교시 없이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 논리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정책위원은 "여러 영어교육 학자들에 의해서도 확인됐듯이 효과도 없는 초등 3ㆍ4학년 영어 수업은 폐지하고, 대신 5ㆍ6학년에서 주 3시간의 수업을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천희완 전교조 참교육실장은 "초등학교는 모국어 교육이 중심이 돼야 하며 영어 학습은 중등 과정에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초등 3학년부터 영어수업 시간을 늘릴 경우 영어 광풍은 불 보듯 뻔하며 사교육비 폭등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비영어권 나라의 주당 초등 영어수업 시간은 프랑스의 경우 1~1.5시간, 그리스 3시간, 헝가리 1~3시간, 말레이시아 4~4.5시간, 네덜란드 연간 100시간 등이다. 일본은 3학년부터 주당 3~5시간의 영어회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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