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복음주의단체 지도자인 제임스 도브슨은 미국 대선 직후 "복음주의자들은 패배했고 그래서 슬퍼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교분리 단체 AU(Americans United for Separation of Church and State)의 배리 린 목사도 "보수 성향의 종교 지도자들이 흐트러진 전열을 정비하고 있지만 대부분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도덕적 다수'(Moral Majority)나 기독교 연합(Christian Coalition) 등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꼬았다.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출현이 미국 사회의 주류였던 백인 복음주의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방증이다.
AP통신은 오바마의 승리로 공화당 성향의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정치판에 발을 담근 복음주의자들은 갈림길에 서 있으며 역대 선거에서 이들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은 기독교 온건파들이 보수적 가치를 버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마크 로젤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공화당원들이 새 리더십을 찾을지,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이슈를 발굴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복음주의자의 투표 성향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백인 복음주의자로부터 74%의 지지를 받아 오바마 당선자를 압도했지만,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79%의 지지를 받은 것에는 미치지 못했다. 30세 미만 복음주의자들은 2004년 민주당 존 케리 후보보다 2배나 많은 32%의 표를 오바마에게 던졌다.
일부 종교 지도자들은 선거 결과보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애리조나에서 동성결혼을 금지한 법안 통과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히스패닉과 흑인들도 대부분 동성결혼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은 자기만족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수 단체인 미국 가정연구원의 토니 퍼킨스 회장은 "다양한 사회 이슈만이 공화당이 소수인종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연결고리"라고 주장했다. 낙태나 동성결혼 같은 전통적 이슈뿐 아니라 빈곤, 환경문제 같은 이슈에도 폭 넓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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