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지도부가 미국의 미사일방어(MD)추진 계획을 거듭 비난하고 나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에 때맞춘 융단폭격식 공세이다. 때문에 러시아의 공격적 태도가 조지 W 부시 공화당 정부와 달리 MD 추진에 미온적인 입장을 지닌 민주당 정부를 의식한 기선 제압용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9일 미국이 동유럽에 추진 중인 MD 기지 구축을 고집하면 러시아 역시 폴란드 접경지대에 미사일 기지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미 대선 다음날인 5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당선 축하용 엄포'에 이은 제2탄 공세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국의 MD기지 건설에 맞서 러시아도 폴란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단거리 미사일 기지를 칼라닌그라드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슈코프 차관은 "미국이 폴란드에 요격 미사일 10기, 체코에 레이더 기지를 배치한다는 종전 계획을 멈춘다면, 러시아도 역외 영토인 칼라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 단거리 미사일 기지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미사일 기지 건설은 오직 MD 기지 건설이 강행될 경우에만 이뤄진다는 조건부 포기 입장을 밝힌 셈이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사거리 280㎞로 폴란드 전역과 체코, 독일을 사정권에 두고 있으며 러시아 정부는 사거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오바마 당선자측은 MD 기지 건설 이행 여부에 대해 입장 표시를 유보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기지 축소 내지 철회 입장을 가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바마의 외교정책 자문인 데니스 맥도너는 "당선자가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폴란드와 체코에 MD 기지를 건설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대해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10일 전했다. 미국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져도 MD 기지 건설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카친스키 대통령의 주장을 뒤엎은 것이다.
미할 카민스키 폴란드 대통령실 장관 역시 TVN24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카친스키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자가 7일 전화통화에서 기지와 관련된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친스키 대통령이 왜 MD 기지 건설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는 그루지야 사태와 MD 문제로 소원해진 양국 관계가 오바마 당선으로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9일 "러시아는 차기 미 정부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며 "오바마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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