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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막스플랑크와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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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막스플랑크와의 조우

입력
2008.11.1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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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짙은 가을녘 한국의 어느 대학 캠퍼스. 실내를 가득채운 인파의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무대 앞과 통로 계단까지 점유한 젊은 사람들, 입추의 여지없이 출입문을 막아선 청중. 여느 콘서트 공연장의 풍경이 아니라 미래 과학의 주제에 대한 한 학술행사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말 세계 최고의 막스플랑크재단과 한국의 과학자들이 경북 포항에서 '미래소재과학'에 대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은 세계적 수준의 막스플랑크 단위연구소를 한국에 유치, 설립하기 위한 핵심 단계로서 우선 한국의 과학과 과학리더의 수준을 가늠해보기 위한 행사였다.

막스플랑크재단은 독일을 중심으로 80여개 연구소를 가진 세계 최고의 기초연구 네트워크이다. 재단은 마틴 스트라트만 부총재를 단장으로 소재과학 분야의 핵심 리더급 소장 9명으로 구성된 최정예 대표단을 보내왔다.

한국의 경우 이에 대응할 대표적 석학과 젊은 과학자 그룹을 국내외에서 결집하였다. 일종의 심판관이자 벤치마커 역할을 수행할 대표적 세계 석학도 초청되었다. 이들이 이틀 간 미래 소재과학의 방향을 놓고 치열한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이 분야 한국의 과학자와 기초과학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급"이라는 것이었다.

막스플랑크재단은 "과학자의, 과학자에 의한, 과학자를 위한" 기초 연구기관이다. 그 핵심은 일종의 '야전사단장' 역할을 수행하는 250여명의 소장들이다. 이들은 각 분야에서 최고의 그룹을 책임지고 구성하고, 독립적으로 연구를 수행한다. 또한 이 과학자들은 재단의 주요 정책 결정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막스플랑크의 신규 연구소 설립 과정도 전적으로 사람,-즉 설립소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가장 중요한 과제가 유망한 분야에서 전 세계 최고의 과학자를 찾는 것이다. 그래야만 분과에 소속된 소장들 중 80%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제일 어려운 최종 관문을 통과한다. 그 다음 실제 연구소 설립 과정은 초대 소장을 중심으로 재단이 정한 공정에 따라 진행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지만 기초과학의 질적 수준은 미국 일본 등 세계 선진국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또한 노벨과학상의 꿈을 이룰 인재를 찾아 육성하는 선진시스템은 아직 제대로 갖추어 있지 않다. 심포지엄의 성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막스플랑크 대표단이 한국의 일부 과학자들의 수준과 가능성을 인정하고 이들의 요람이 될 단위연구소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세계 기초과학계의 변방으로 여겨졌던 한국에서 시작된 '혁명적 사건'이었다.

평소 한국을 잘 알던 여러 해외 석학과 과학자들은 심포지엄의 "믿을 수 없는" 성과에 놀라며, 향후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막스플랑크재단과의 공조로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연구소의 국내 설립이 가시화하면 노벨급 인재 배출 및 육성의 'fast-track' 대안이자 국내 연구소의 혁신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장면 2: 일 주일 뒤, 캠퍼스의 어느 강의실. "너무 큰 감동을 받았어요." "역사적 순간에 함께 했어요." "다음 심포지엄은 언제 하나요?" 심포지엄에 참석하였던 학생들과 연구원의 자부심과 기대에 찬 소감을 들었다. 역시 최고의 과학이 젊은 과학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이번 막스플랑크 심포지엄을 토대로 세계적 수준의 기초과학 연구소가 한국에 속속 생겨나게 될 때, 우리 젊은 과학도들의 최고의 과학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고 그들과 함께하는 노벨의 꿈이 더 빨리 현실화할 것이다.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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