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감정 배제한 객관적 연구로 소통 모색 '한국과… ' '동아시아… ' 출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감정 배제한 객관적 연구로 소통 모색 '한국과… ' '동아시아… ' 출간

입력
2008.11.11 01:08
0 0

동북아시아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은 '감정'이다. 피해의식과 편협한 민족주의가 섞인 흥분은 연구자의 토론 공간을 종종 스포츠 중계석 같은 분위기로 몰고 간다. 그런 감정의 과잉을 걷어내고 역사 인식의 공통분모를 모색하는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인식> (나남 발행)과 <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 (창비 발행)은 학문적 논리로 무장한 선동이 아니라, 객관적인 연구 성과를 토대로 한 소통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 러일전쟁에서부터 역사교과서 문제에 이르기까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韓·日학자 12명 논문으로 엮어

■ 부(負)의 역사를 벗어나기 위하여

현대송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가 엮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인식> 은 독도, 야스쿠니, 위안부, 교과서 문제 등에 대한 한ㆍ일 학자 12명의 논문집이다. 현 교수는 머리말에서 "이들 문제에 대해 한국의 사회적 관심이 월등히 높지만, 그렇다고 한국 사회의 이해도가 더 높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원인을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일본=악'이라는 고정관념이 진실을 찾는 노력과 깊이있는 성찰의 진전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파악한다. "귀가 먼 사람들끼리의 대화"를 극복하기 위해, 이 책은 '가해자 일본, 피해자 한국'의 일원적 관계 도식을 벗어난 다양한 관점을 보여준다.

호리 카즈오 교토대 교수는 "1905년 다케시마(독도)를 영토에 편입한 것이 정당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양국의 사료를 근거로 통박한다. <세종실록> <증보문헌비고> 등에 독도가 조선 영토로 표현된 반면, <대일본사> 와 메이지 시대의 여러 자료에는 독도를 영토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일합방 100주년이 되는 2010년까지 한일조약(1965)을 보완하는 '역사영토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한다.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독도에 대한 한국의 영유권 인정 내용을 조약에 넣고, 대신 한국은 일본 어민의 어업권을 보장할 것을 명기하자"는 것이 그가 구상하는 독도 문제의 해결책이다.

강덕상 시가현립대 명예교수는 최근 5, 6년 새 강화된 일본의 '대한(對韓) 내셔널리즘'의 배경을 짚는다. 그는 한류 바람이 양국의 간극을 좁힐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한류는 시각과 청각, 미각에 한정된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일본의 젊은이들 가운데는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고, 한국과 북한이 원래 하나의 국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 적다"는 것이 재일동포 2세인 강 교수의 인식이다.

한국인이 멋과 맛의 범주에서 벗어나 독도, 야스쿠니, 교과서 등을 말하면 '한국은 왜 불만을 말하는가, 도대체 몇 번을 사죄하면 좋은가'라는 혐한(嫌韓) 정서가 인다는 것이다. 무지가 온존하는 한 일본의 내셔널리즘은 여전할 것이라는 견해다.

이 책을 기획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독도해양영토연구센터는 해외 학계에 한일 관계의 현안을 균형있게 소개한 책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이 책의 영문판을 11월까지 발간할 계획이다.

아사히신문 기자들이 쓴 특집 모아

■ 한ㆍ중ㆍ일이 함께 읽는 근현대사

<동아시아를 만든 열가지 사건> 은 아사히신문이 2007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연재한 특집 기획기사 '역사는 살아 있다: 동아시아의 150년'을 묶은 것이다. 아사히신문 기자들은 2005년 봄 교과서 왜곡과 위안부 문제로 촉발된 한국과 중국의 대규모 반일시위를 계기로 이 기획을 구상하게 됐다.

기획은 동아시아 근현대사 150년의 중대 사건을 10가지 테마로 구성, 현지의 목격자 및 학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각 장의 끝에는 해당 사안을 다루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4국의 역사교과서를 비교해 각국의 시각 차를 보여준다.

예컨대 '러일전쟁과 조선의 식민화'(4장)을 재구성하기 위해 취재진은 일본의 마쯔무라 마사요시 러일전쟁연구회 회장, 중국으 리시쒀 난카이대 교수, 한국의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를 각각 인터뷰한다.

그리하여 이 사건은 "아시아 신흥국이 유럽 강대국에 도전한 전쟁"(마쯔무라)이며 "청나라에 입헌제도 도입에 박차를 가하게 만든 계기"(리시쒀)였고, 동시에 "한반도를 군사상 생명선으로 생각한 일본에 의한 수탈과 억압의 출발점"(정재정)이라는 세 가지 측면이 입체적으로 조명된다.

더불어 일본 교과서에서 이 사건이 국가적 우월감의 근거로 다뤄지는 배경을 짚는다. 반면 한국의 교과서는 '지배와 약탈의 역사'로 이 시기를 51쪽에 걸쳐 상술한다.

저자들은 이 책의 서문에 "기억은 명기(銘記)하는 힘과 환기(喚起)하는 힘의 합력"이며 "기억은 타자와 이야기하고 공유함으로써 비로소 역사가 되는 것"이라고 썼다. 이 책은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출간됐으며, 중국과 대만에서도 곧 간행될 예정이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