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바마의 승인
역시 경제가 문제였다.
9월 중순부터 전세계를 뒤흔든 미국발(發) 금융위기는 공화당의 ‘페일린 효과’에 주춤하던 버락 오바마 후보의 지지도를 다시 끌어 올리게 한 결정적 변수였다. 한편으로 조지 W 부시 정부의 경제실정과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경제정책을 한데 묶어 공격하고 한편으로 7,000억달러 구제금융 실시에 신속히 협력하면서 지지층을 넓혀갔다.
CNN의 4일 출구조사에서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경제를 꼽은 유권자가 62%에 달한 점은 금융위기에 선거에 미친 파괴력을 짐작케 한다. 9월 초 세라 페일린이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후 매케인 후보에게 지지도에서 역전을 당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단 한번도 추월을 허용치 않았다.
부시 정부에 대한 반사이익도 그의 승리에 한 몫했다. CNN 조사에서 보듯 지난 대선 때 핵심 이슈였던 이라크전쟁과 테러 문제는 각각 10%, 9%의 중요도만 차지할 정도로 핵심 이슈에서 밀려나 있었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이후 초래된 재정난과 안보 위기에 대한 미국들의 불만이 그만큼 컸다는 증거다. 오바마는 부시 정부로부터 멀어진 민심을 변화의 메시지로 사로 잡았다. “매케인이 당선되면 부시 3기 정부가 된다”는 맥ㆍ부시 전략은 톡톡한 효과를 냈다.
선거운동 방식의 변화는 승리를 낚아올린 비장의 무기였다. 오바마 진영은 인터넷과 유투브 등 뉴미디어를 최대한 활용, 역대 최고의 선거자금을 모금하고 선거운동원을 동원해 가가호호를 방문하는 ‘소매정치(retail politics)’로 보다 많은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밖에 ▦공화당 내 보수층 이탈 ▦흑인ㆍ히스패닉 몰표 ▦페일린 후보 자질 논란 ▦인종 편견을 극복한 백인들의 지지 등을 오바마의 승리를 이끈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매케인의 패인
페일린 지명 '반짝 효과' 그쳐… 네거티브만 몰두 지지층 이탈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발목을 잡은 것도 경제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남겨준 유산은 사상 최악의 금융위기였고 군사ㆍ외교 전문가 매케인은 경제 문제에 관한한 문외한이었다.
매케인은 금융위기가 고조되는 시점에서 "미국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다"는 섣부른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다. 9월 하순에는 구제금융 법안의 의회 통과가 지연되자 TV토론 연기를 제안하고 유세를 중단하면서 워싱턴으로 달려가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당에서조차 "자포자기식 행동"이란 비판에 부딪쳐야 했다.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성도 부각하지 못했다. 대선 초반 매케인은 당리당략을 떠나 초당적인 정책협력을 주장하며 '이단아'를 자처했다. 그러다 금융위기로 지지율이 추락하자 네거티브 전략에 몰두했고 이는 공화당 전통 지지층의 이탈을 가져왔다. 워싱턴포스트는 "2004년 대선 때는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의 투표율이 같았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원(40%)이 공화당원(31%) 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민주ㆍ공화 양당의 전통 지지층이 각각 40%인 점을 감안하면 공화당 측 이탈이 두드러진 결과다.
세라 페일린의 지명도 패인이었다. 매케인은 당 지도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정가에 알려지지 않은 40대 '하키맘'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에 지명, 여성의 지지를 획득하는 등 역전의 기회를 잡는 듯 했다. 그러나 이 역시 금융위기에 묻혀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았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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