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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7번째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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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7번째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 출간

입력
2008.1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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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대한 소설은 작가가 되기 전부터 품고 있었는데 잘 안 풀리더라구요. 그런데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하니 쌓인 이야기들이 술술 풀려나왔어요."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신경숙(45)씨의 7번째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 는 우리 시대의 어머니들에게, 아니 우리 시대의 엄마들에게 바치는 한 편의 사모곡이다. 내용은 평범하다.

생일상을 받기 위해 5남매가 사는 서울로 올라오던 엄마가 서울역에서 실종되자, 온 가족이 엄마를 찾아나선다. 엄마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소설은 4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짜여져 있다. 각각의 장에는 마치 연극처럼 딸-아들-엄마-남편-딸이 차례차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엄마를 찾아나선 가족들은 엄마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털어놓으면서, 자신의 주어(主語) 없이 살아갔던 '엄마라는 어떤 존재'를 복원해낸다.

남편에게는 '베어지거나 뽑히기 전에는 어딘가로 떠날 줄 모르는 나무' 같았던 이. 자식들에게는 '엄마는 부엌이었고 부엌은 엄마' 같았던 그이.

엄마가 실종되고 나자 가족들은 뇌 한귀퉁이를 손상당한 사람들처럼 허둥지둥거리는데, 소설가인 큰딸은 그제서야 자신에게 생긴 일에 대해 "길게 얘기해본 적이 언제던가. 그것도 얼굴을 마주보고 하기보다는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랫동안 가족과 겉돌았던 남편은 "아내에게 미역국 한 번 끓여줘본 적 없으면서 아내가 해주는 모든 것은 어찌 그리 당연하게 받기만 했을까" 하고 후회한다.

검사를 꿈꾸던 지방의 수재였으나 대학에 낙방한 뒤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큰아들은 자신의 현재가 "청년시절에 꾼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했지, 엄마의 꿈을 좌절시킨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엄마의 자전적 독백으로 이뤄진 '또 다른 여인' 장이 이 소설에서는 유일하게 '나는' '내가' '나를'이라는 1인칭 시점으로 기술되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작가는 이를 "'나'라는 자기 이름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속마음을 투영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씨의 이번 작품에도, 독자로 하여금 남이 볼세라 몰래 눈가를 훔치게 만드는, 그런 울림이 있다.

"이 집의 마당 귀퉁이나 뒤란 쪽은 새로 씨를 뿌리지 않아도 자잘한 꽃들이 매년 그냥저냥 피어나 어여쁘게 제 시절을 살다가 지곤 했소이" 또는 "큰 딸애는 저 우물에 담긴 하늘을 보길 좋아했네. 물을 긷다가 우물가에 턱을 고이고 있는 모습이 저기 서 있는 것만 같네" 같은 작가 특유의 소박한, 속깊은 문장들이 자연스럽게 흐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신씨는 이 소설을 집필 중이던 지난 겨울 칠순 노모가 사는 고향집에 내려가 삼십년 만에, 보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했다. 그는 소설 말미에 "그때 느낀 행복감이 이 소설을 쓰게 했다고 하면 믿겠는가. 그런데 사실이다. 누구에게도 아직 늦은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은 내 식의 방법이 이 소설"이라고 적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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