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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오바마처럼" 유럽의 마이너리티 변화와 희망 부푼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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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오바마처럼" 유럽의 마이너리티 변화와 희망 부푼꿈

입력
2008.1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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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도 파리의 흑인 밀집지역인 샤토루즈. 이발소, 버스정류장, 식품판매소 등 어디를 가도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버락 오바마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파프 느디아예는 “흑인조차 흑인 대통령 탄생을 불가능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오바마의 당선은 큰 충격”이라고 말했다. 가나에서 건너온 리그 워커는 “백인은 흑인이 자기들보다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바마가 보기 좋게 그걸 뒤집었다”며 흥분했다. 흑인들은 “굳게 닫힌 유럽 정치구조에 미국처럼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참에 좀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며 저마다 변화에 대한 열망을 분출했다.

소수인종(마이너리티)에게 굳게 닫혀있던 유럽 정치권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인가. 미국보다 정치무대에서 더 소외돼온 것으로 평가받는 유럽 소수인종들이 오바마 당선을 계기로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보도했다.

유럽은 흑인, 아랍인, 터키인 등 미국 못지않게 소수인종의 비율이 높다. 이민과 출산 등으로 증가 추세도 빠르다. 유럽 최대 무슬림 국가인 프랑스에서는 흑인과 아랍인 인구가 통계로 잡히지 않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6,300만 인구 중 약 10~15%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흑인 인구 비율이 12~13% 정도 되니 결코 뒤지지 않는다. 독일도 수도 베를린에만 터키인이 100만명 이상 거주할 정도로 이민자가 적지 않다. 영국에서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흑인, 아랍인, 남아시아 출신 소수인종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인구비중에 비해 정치력이 초라하다는 점이다. 이민자들의 도피처로 알려진 파리는 흑인 지식인과 예술가들에겐 천국과도 같지만 정치권은 예외다. 상ㆍ하원 전체 911석 중 소수인종 출신은 상원 2명, 하원 1명에 불과하다. 독일은 의회에서 외국 출신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소수인종에 대해 개방적인 국민의식에 비해 정치권의 편견이 심하다는 것도 문제다. 미국 대선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프랑스 국민의 80% 정도는 흑인 대통령 후보에 투표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알제리 무슬림 출신 파델라 아마라 도시정책담당 정무장관은 “프랑스 국민은 흑인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돼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준비가 덜 돼있다”고 꼬집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올해 들어 의회 및 고위공직 진출이 조금씩 늘고 있다. 독일의 경우 현재 의회 612석 가운데 소수인종이 11석을 차지하면서 과거보다 상황이 개선됐다. 올해 7월 베를린에서 열린 오바마 당선자 연설 때는 군중 25만명이 몰리기도 했다. 2005년 이민자들의 대규모 소요 사태를 겪은 프랑스도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새 내각에 무슬림 출신 여성 3명을 기용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난달 실시된 로테르담 시장선거에서 모로코 출신 이민자가 당선됐고, 독일에선 터키 출신 이민자가 녹색당 공동 대표가 되기도 했다.

영국 페이비언 협회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바마 당선의 영향으로 차기 하원선거에서 소수인종 출신 의원수가 현재 15명에서 25명으로 늘어나고 소수인종 후보자 비율도 노동당은 10%에서 15%로, 보수당은 4%에서 9%로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터키 출신의 정치컨설턴트 아규 케서는 “오바마 승리는 유럽 이민자들에게는 쾌거였다. 인구 급증과 맞물려 흑인이나 무슬림의 정치권 진출이 보다 자연스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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