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후 미국과 반미 국가사이에 온기류가 흐르고 있다. 중동과 남미의 반미국가는 물론 구소련권 국가의 지도자들이 일제히 오바마 당선자에게 축하와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 메시지에는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남겨 있다.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사사건건 대립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하지만 관계 개선의 기대가 클수록 현재 갈등과 대립의 그림자는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서로에게 하루 아침에 치유될 수 없는 이념과 이해의 간극이 크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는 국가들이 많아지면서 오바마 당선자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다양한 대외적 도전 과제들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누구보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 지도자는 역설적이게도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란의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었다. 그는 오바마 당선 다음날인 전문을 보내 "그가 유권자 다수의 지지를 얻은 데 대해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회를 봉사의 기회로 삼아 국민의 이익과 정의를 우선하는 사람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여운을 남겼지만 부시 대통령에게 독설을 퍼붓던 것과 비교하면 부드러워진 친선 구애로 읽힐만하다.
미국에 의해 불량국가로 지목된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도"미국이 전쟁과 봉쇄정책을 철회하고 외교와 대화를 채택하기를 바란다"며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미 양측 화해의 분위기를 깔아두었다. 그는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를 우선하고 부시 정부가 제재와 압박으로 일관했던 시리아를 중요 외교 파트너로 삼을 뜻을 여러 차례 언급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오바마 당선자가 중동 평화와 이라크ㆍ아프간 안정의 중요 축으로 이란과 시리아를 설정하고 두 나라에 대한 개입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화해의 메시지는 중남미의 대표적 좌파 3인방으로부터도 나왔다. 부시 대통령을 '악마'라고 불렀던 남미의 대표적 반미주의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양국이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때가 왔다"고 밝혔고,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오바마의 당선을 "위대한 역사적 승리"라고 표현했다.
46년간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의심의 여지 없이 오바마 당선자는 지적이고 문화적이며 분별력이 있다"며 오바마를 치켜세웠다.
선거기간 오바마 당선자가 보여준 중남미 국가 끌어안기에 대한 화답이었다. 오바마 당선자는 부시 정부가 이라크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중남미 지역에서 미국의 신뢰와 영향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신뢰의 실추가 곧 남미의 반미 감정을 확산시켰다는 진단이다.
오바마는 선거기간 동안 중남미 지역의 반미 구호 확산을 진정시키기 위해 쿠바계 미국인들의 여행 및 송금 자유화, 콜롬비아의 마약 및 좌익 게릴라 조직 퇴치 프로그램 운영, 멕시코 등 국가들의 마약ㆍ폭력범죄와의 전쟁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남미의 반미 세력과 미국의 화해가 조만간 찾아오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남미의 자원을 미국이 침탈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는 자원민족주의의 기치를 쉽게 내릴 태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두 나라는 최근 러시아, 이란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오바마 정부에 부담이 될 여지가 크다.
친 러시아 성향의 구 소련 국가들도 우호의 손짓을 보냈다. 미국 등으로부터 여행과 금융 제재를 받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자에게 축하 전문을 보내"우리가 미국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 것처럼 미국 역시 벨로루시의 선거 결과에 대해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구 소련 국가 모두가 오바마 당선자에게 5,6일 사이 축하전문을 보냈다며 미국의 새 정부와 관계 증진을 기대하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박관규 기자 qoo77@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