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가 7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과 이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 감정을 드러냄으로써 당초 우려와 달리 향후 양국 관계가 긍정적 분위기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했다. 오바마 당선자가 "이 대통령의 생애를 잘 알고 있고, 존경한다"고 치켜세우는 등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을 애써 부각시킨 것도 희망적인 대목이다.
실제 두 지도자는 어려운 성장 배경을 딛고 대선에서 승리하기까지 유사점이 많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기업인을 거친 이 대통령과 혼혈가정에서 태어나 인종차별에 대한 고민으로 청소년기를 방황하다 인권변호사와 사회운동가 등으로 활동한 오바마 당선자의 과거는 분명 유용한 공통분모다.
전화통화에서 나타난 정서적 친밀감의 표현도 이런 개인적 공통점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종교적 친밀감과 성격상의 유사성이 이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개인 관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였다면 이번에는 공통의 성장 배경이 이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자의 호감 표시로 일단 한미 관계에 훈풍이 불 수 있는 단초는 마련됐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양국의 우호적 관계로 계속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두 지도자의 정치 이념적 노선과 방향에서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북핵 문제의 해법도 두 지도자는 각기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다. 만일 각종 현안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부터 유지해 온 노선을 고수한다면 양국 관계나 두 지도자의 사이는 벌어질 개연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의 원칙과 철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최대한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대북 문제에서 미국과 공조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한 클릭 좌측으로 이동하는 대북 유화책도 고려해 봐야 한다. 이 경우 두 지도자의 정서적 친밀감에다 오바마 당선자가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긍정적 감정 등을 감안하면 양국 관계는 부시 정부 때 이상으로 탄탄한 동맹 관계를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 당선자의 긍정적 첫 인사에 대해 이제는 이 대통령이 이전과는 조금 다른 위치에서 화답할 차례다. 2013년 초까지 4년여 간 함께 해야 할 양국 지도자가 처음의 모습대로 밀월을 이어질지, 갈등으로 돌아설지는 여기에 달려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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