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학 교수는 버락 오바마 차기 미 대통령 출범 이후 한반도 주변 동북아시아에 외교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북미의 전면적인 대화가 개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인훙 교수는 "오바마 차기 미국 정부는 부시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북미 양자대화를 추진하면서 6자 회담은 점차 북미 양자회담의 보조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미 관계에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한문제를 둘러싸고 한미 양국이 갈등을 겪을 소지가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부시 정부 시절을 그리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그는 이어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와 달리 중국과 일본을 공평하게 대할 것"이라며 미국 중국 일본 3국 관계의 미묘한 변화를 예측했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북한 핵 문제의 열쇠는 미국보다는 북한에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향후 북미 대화도 획기적인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내부 변화를 중시하는 최근 중국 전문가들의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예측이었다. 인터뷰는 5일 베이징(北京)시내 런민대학의 스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중국 국내외 언론들과 인터뷰 하느라 그의 연구실에는 언론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 버락 오바마 후보의 당선 이후 북 핵 정책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오바마 차기 정부는 부시 정부 때보다 더 강한 열의를 갖고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부시 정부가 2007년 1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베를린 회동이후 북한과 대화로 문제를 풀고자 했는데 이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다. 이 방식으로 얼마만한 성과를 거둘 것인가가 관건인데 열쇠는 여전히 북한이 쥐고 있다고 본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오바마 정부 출범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지 결정해야 만 한다. 오바마 차기 정부도 전 세계에 북한이 '완전하고도 철저하게' 핵을 포기했다고 보이게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 부시 정부의 핵 문제 해결 틀이었던 6자 회담은 어떻게 될까.
"2007년 1월 베를린 회동 이후 6자회담은 북미 양자회담에 사실상 종속된 상태이다. 6자회담의 현 양상은 부시 정부 초기의 6자회담보다 의미가 떨어진다. 오바마 당선자는 이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며 보다 적극적인 북미 양자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 미 민주당에서는 북한 핵 문제, 재래식 군축, 인권 문제 등을 일괄적으로 다루는 대북 포괄협상을 선호하는데.
"외교적 수단을 중시하는 오바마 당선자의 성향상 포괄적 협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북미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오바마 정부는 새로운 대화 방식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대미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탐색전이 필요하고 오바마 정부의 경우 초기에 여러 사항을 검토할 것이다. "
- 오바마 당선자가 집권 후 김정일 위원장과 만날까.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장애물도 많을 것이다. 이 장애물을 북미 양측이 극복하기를 기대한다. 장애물은 구체적인 것에 숨어있다. 오바마 정부가 미국의 힘보다는 외교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분명히 고무적이다. "
- 오바마 정부 출범이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의 외교협상 노력을 강화할 경우 북한은 현재의 대남 강경자세를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협상의 우선 순위를 미국에 두고 전력 투구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과의 협상에 그다지 큰 미련을 보일 것 같지 않다. 북한은 일본과도 그다지 관계개선을 추진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북한의 이런 태도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북미관계 개선 자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향후 한미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미관계는 크게 안보, 통상, 북한 문제 등 3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한미 군사동맹 및 안보 측면에서 오바마 정부는 부시 정부 때처럼 한국을 중시하지는 않을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포함한 통상 측면에서는 갈등의 소지가 크다. 오바마 당선자는 한미 FTA가 불공정 협정이라고 규정하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한국에게 무역 등 통상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서는 부시 정부 시절을 그리워 할 수 있다. 북한 문제에 관해서 한미 양국은 예전처럼 공조를 이룰 수 있겠지만 그 공조가 원활할 것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오바마 당선자는 김정일 위원장이 남한과 관계를 개선해야만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식으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즉 남북한 관계 개선 속도와 북미관계 개선 속도가 다를 수 있다."
- 미중관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금융위기 해결 전 미중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중국에 의존할 경우 미중 관계는 더 좋아질 수도 있다. 위기 해결 후에도 미국내 산업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오바마 차기 대통령은 국내 시장 보호를 위해 무역 통상 위안화 환율 등과 관련해 대중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외교와 안보측면에서 현 미중관계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소수인종 출신으로 당선된 오바마 차기 대통령이 중국 소수민족 문제인 티베트 문제에 개입하면 미중관계는 삐걱거릴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향후 미중 관계는 낙관적이라고 본다."
- 오바마 행정 출범이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까.
"북한 핵 실험 등을 거치면서 훼손됐던 북중 관계는 올해 봄부터 상당히 개선되고 있다. 이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오바마 정부 출범 후 북미관계가 개선될 경우 북한으로서는 대중 관계를 그리 크게 중시하지 않을 수 있다. "
- 동북아 정세의 전개 방향은.
"오바마 정부는 외교를 중시할 것이기 때문에 동북아 정세도 비교적 안정될 것으로 본다. 대중 관계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일본과는 관계를 공고히 할 것이다. 다만 오바마 정부는 중국과 일본을 보다 공평하게 대할 것이다. 일본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관한 미측의 최근 태도에 불만을 품고 있는데 이는 미일 관계의 변수로 작용한다. 향후 금융위기 처리과정에서 일본의 대미지원 여부와 강도도 향후 미일 관계의 주요 변수이다."
- 어떤 점에서 미국이 중국과 일본을 공평하게 바라본다는 것인가.
"부시 정부보다는 중국을 중시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미일 관계는 전반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이지만 변화를 강조하는 오바마의 당선은 일본 야당인 민주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 오바마 당선자의 세계 전략 구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외교 등 소프트 파워를 통한 세계전략을 중시할 것이다. 그래서 오바마 당선자의 외교는 부시 정부 1기와는 많이 다를 것이다. 구체적인 국제 현안에서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 내 미군 철군을 공언한 만큼 철군이 이뤄질 것이고 이란 핵 문제에서도 외교적인 해결을 시도할 것이다. 대 유럽, 제3세계 외교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전면적인 외교의 시대가 오고 있다. 부시 정부와 공통점도 있다. 러시아와 서방국간들의 대결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 오바마 당선자가 어떤 리더십을 선보일 것으로 보는가.
"오바마는 자신이 당선되면 세계를 바꿀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말은 너무 거만하다. 미국은 세계를 변화시킬 게 아니라 자신을 바꿔야 한다. 미국은 예전처럼 세계를 리드할 능력이 충분치 않다. 오바마의 리더십은 상당부문 미국에 대한 리더십으로 국한된다. 미국의 지도자로서 그는 부시 대통령보다 나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처한 금융위기 문제가 쉽지 않아 단기간 내에 상황이 호전되기 어렵다. 이 과정에서 오바마 리더십은 호된 시련을 맞을 수 있다. 오바마 당선자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며 미국민에게는 인내심이 요구된다."
- 오바마 후보의 당선은 미국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그의 당선은 미국에 가능성과 기회를 준 것이라고 본다. 매우 어려운 시기에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미국이 변화해야만 하는 시기에 그가 선택된 것이다. 최초 흑인 대통령의 취임은 인종문제에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케냐 출신 아버지를 두고 인도네시아 등에서 생활해 아시아와 세계의 다양성을 이해한다는 그의 경력도 훌륭하다. 하지만 이를 너무 확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국익을 정확히 대표할 것이다."
인터뷰 이영섭 베이징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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