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를 기점 삼는다면 올해는 한국 근대문학이 탄생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12일 선보이는 <한국근대문학 100년 총서> (소명출판 발행)는 그 100년의 여정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저작이다. 한국근대문학>
이 총서는 '연표로 읽는 문학사' '약전으로 읽는 문학사'(2권) '논문으로 읽는 문학사'(4권) 등 모두 7권으로 구성됐다.
약전으로 한국 근대문학 100년을 대표하는 작가 개인을 조명하고, 연표와 논문으로 그 개인을 낳은 시대와 작품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살필 수 있게 한다는 의도다.
■ 연표ㆍ약전ㆍ논문… 입체적인 문학사 조망
'약전(略傳)으로 읽는 문학사'는 전문성과 대중성의 결합이라는 이번 총서의 목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약전의 대상은 소설가, 시인, 평론가를 아우르는데, 신소설 작가인 이인직부터 비평가 정과리까지 280명이다.
천세봉, 김철, 홍석중 등 해방 후 북한 출신 작가 13명도 포함돼 있다. 모두 141명의 연구자들이 집필한 약전은 평전과 연대기의 중간 형태다. 길지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한 작가의 전기적 생애와 함께 그 문학사(史)상의 의미를 함께 따져 묻는 형식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가령 이인직의 약전에서는 최초의 신소설로 꼽히는 <혈의 누> 발표라는 사건을 기록할 뿐 아니라 '반봉건의 성향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봉건제적 모순의 지양을 통한 근대주의의 지향점에서 보이는 그의 문학의 매판적 성격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는 식으로 문학사적 평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혈의>
각 약전의 말미에는 필자가 작성한 연보가 함께 실려 있는데, 이는 출처 및 작성자를 알 수 없어 중복ㆍ오류의 책임을 묻지 않고 연보를 인용하던 기존 문학사 연구의 관행을 깨뜨리려는 시도다.
'논문으로 읽는 문학사'는 한국 근대문학 연구성과를 집약한 논문 62편을 시기별, 주제별로 모아 엮었다. 해방 전 한국문학, 해방 후의 남한문학, 해방 후의 북한문학으로 나뉘는데 1990년대 이후의 최신 연구성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해방 후의 한국문학을 다루면서 문화사 연구, 여성주의적 관점을 수용한 '섹스와의 섹스, 슬픈 누드'(김미현) '여성성의 발견과 여성적 글쓰기'(정끝별) 등의 논문을 수록했다.
'연표로 읽는 문학사'는 해방 전ㆍ해방 후로 구분했다. 특히 해방 후 연표에 남ㆍ북한의 문학을 함께 정리한 점이 의미있다. 초보적 단계이기는 하지만 통일문학사 서술을 지향하는 이번 총서의 성격을 드러낸다. 연표에는 주요 사건과 단체, 매체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져 있다.
■ 편향성 극복, 근대문학 100년 결산
이 총서 발간은 2007년 7월 편집자문위원(김윤식, 이선영), 편집위원(김재용, 우찬제, 정호웅, 이혜원)을 중심으로 '근대문학 100년 연구총서 편찬위원회'가 꾸려진 뒤 1년 4개월 만의 성과다. 편집위원의 구성에서부터 리얼리즘 계열, 모더니즘 계열, 여성주의 계열 등을 모두 안배한 흔적이 보인다.
편집위원인 김재용 원광대 교수는 "연구작업이 충분히 축적된 작가를 기준으로 수록했으며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고민했다"며 "근대문학 100년에 대한 연구사적 결산의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박성모 소명출판 대표는 "문단사나 이슈 중심의 기존 문학사와 달리, 묻혀져 있는 인물들을 찾아내 안배를 한 것 같다"며 "근대문학 100년사의 중요한 인물들을 일반인에서 전문가까지 수준과 관심에 맞게 접근할 수 있는 저술"이라고 소개했다.
총서 발간에 맞춰 한국근대문학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4~15일 한양대 백남학술관 국제회의실에서 '한국근대문학 100년 기념 학술심포지엄' 을 개최한다.
프로문학, 국민문학 등 근대문학의 초기 담론들과 식민시대 비평문학에서 전후 한국현대시의 계보까지, 근대문학사의 전개과정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