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국 사회에서 '진보'란 어떤 목소리일까.
학술단체협의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21세기 진보와 진보학술운동의 과제'를 주제로 연합 학술대회를 7, 8일 건국대에서 연다. 학단협은 6월항쟁의 열기가 남아 있던 1988년 진보적 학술단체들이 결성한 협의회로, 현재 26개 단체 5,000여명의 회원들이 '학술활동을 통한 사회 민주화'를 목표로 각종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대회는 신자유주의의 전지구적 확산과 국내 보수정권 출현이라는 환경 속에서 진보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마련됐다. 두 편의 발표 논문을 통해 2008년 오늘, 진보의 목소리를 미리 들어본다.
김범춘 건국대 강사(철학)의 발표문 '지연되는 미래와 진보 철학'은 진보의 뼈저린 자기반성을 담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진보는 때때로 악수를 두는 멍청한 보수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갖고 있는 '저항'이라는 낡은 콘텐츠마저 잃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
해방적 콘텐츠로서 진보가 행사하던 이론적 우위가 사라진 지 오래인데도 "진보는 진보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그는 "이 처참한 현실을 메우기 위해 이론의 과잉은 불가피"하지만 그렇게 끌어들인 레비나스, 로티, 벤야민, 들뢰즈도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실에 맞는 레시피(조리법)도 없이 그저 번역하고 세미나하고 논문 쓰고 토론한 결과, 진보적 지식인은 새로운 지식의 홍보전문가이거나 출판전문가로 변신했다"고 통렬히 비판했다.
김재현 경남대 교수(철학)는 '민주주의의 심화와 확장을 위하여'라는 발표문을 "민주주의가 갖는 문제에 대한 처방은 더 많은 민주주의다"라는 존 듀이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시대정신이 따로 있고, 진보진영의 시대정신이 따로 있는가"라고 물은 뒤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미성숙한 것"이라고 스스로 답한다. 그리고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기 위해 사회권, 인정투쟁, 민주주의 등의 개념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진보, 개혁의 위기는 민생의 위기이고 민생의 위기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은 민주주의의 확장을 통해 해결 가능한 것으로 본다.
비정규직, 소수자 인권, 실업자 생존권 등의 문제를 들며 이것이 아직 남아 있는 '반민주 대 민주'의 전선이라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한국사회는 민주화의 과제를 안고 있다"는 최장집 교수의 말을 다시 인용하며 끝을 맺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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