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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동물들의 기이한 성생활' 동물들의 性… 자연은 도덕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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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동물들의 기이한 성생활' 동물들의 性… 자연은 도덕을 모른다?

입력
2008.1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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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미어슈 지음ㆍ조정수 옮김/성우 발행ㆍ424쪽ㆍ2만5,000원

"왜 섹스를 하는가?"라는 질문보다 곤혹스러운 것이 "왜 (섹스 하면) 안 돼?"일 것이다. 당연히, 동물들도 섹스를 한다.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인간보다 제한된 만큼 행위 양태가 훨씬 '직접적'이라는 점이 다를 뿐. <동물들의 기이한 성생활> 은 언어가 결핍된 존재들이 벌여 온 섹스의 양태들을 자연과학적 언어로 재생시킨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발동하는 상상력과 감정이입은 그래서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아귀의 예를 보자. 암컷에 비하면 왜소하기 짝이 없는 수컷은 암컷의 몸에 달라붙어 혈액순환기를 연결시켜 피를 그대로 빨아들인다. '기둥 서방'이란 말 대신에 '아귀 서방'이란 말이 더 적당하지 않은가.

그 기이함은 물론 인간의 관점이다. 결코 흥밋거리로 치닫지 않는 진지한 서술 덕에 책은 우리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킨다. "지구를 배타적으로 점유 중인 인간을 제외한 압도적 다수에 대한 이해에 이르는 매우 효율적인 길이 바로 성에 있다"고 독일의 인기 다큐멘터리 작가인 저자는 말한다.

평소 진지한 사유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것들도, 사전식으로 서술된 이 책에서는 당당한 표제어가 돼 통념을 깨라고 요구한다. '수간(獸姦)'을 보자. 저자는 "부유한 선진국에서 반려 동물에 대한 수간이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생활의 일부"라며 "독일에서 1969년 이후 동물과의 문란한 성행위는 위법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그에 버금갈 '시간(屍姦)'은 동물에게도 있다. 독일의 한 동물원에서 여성 관람객이 신은 악어 가죽 부츠를 본 악어가 '사랑'에 빠져 교미를 시도한, '믿거나 말거나' 같은 일도 이 책에서는 일례로 소개된다.

이처럼 각양각색으로 벌어지는 성적 교합의 핵심은 면역 체계에 있다. 섹스를 하는(유성 생식을 하는) 생명체들은 항상 새로운 유전자 조합을 통해 자손들의 면역 체계를 개량하는 것이다. 그 결과 공격자보다 뛰어난 면역 체계를 갖춰 전염병을 이겨내고 대를 잇는다.

그에 비해 단성 생식 동물들은 필연적으로 다른 생물과 싸워야 한다. 일단 기생충이나 질병이 개입하면 섹스하는 생명체가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바로 암컷의 몸에 들어간 수컷의 정액이 유전적 방어 기제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 같은 근거로 진화학자들은 냉정하게 말한다. "수컷들은 암컷의 건강보조식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찍이 몽테뉴가 갈파했던 바는 만고의 진리인 셈이다. "온 세상의 움직임이 짝짓기를 목표로 한다. 만물이 짝짓기 욕망에 사로잡혀 있고, 그 욕망은 만물의 기준이 되는 중심점이다."

이 책이 갖가지 기상천외한 섹스의 방식이나 성 전환 등을 소개, 증명하려는 바는 이것일지도 모른다. "자연은 도덕을 모른다."(225쪽) 군데군데 세묘화를 곁들여 정치한 서술을 한 끝에 저자는 어깃장을 놓는다. "이 책은 오로지 호기심과 재미를 목적으로 한다"고. 그러나 주요 참고문헌만 45종에다, 서술은 정밀하다. 번역본은 한양대 교양학부 이정모 교수의 감수를 거쳤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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