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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미국/ 매케인 승복 '아름다운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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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미국/ 매케인 승복 '아름다운 퇴장'

입력
2008.11.1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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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피 말리는 대권 경쟁을 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4일 밤 깨끗하게 패배를 시인하며 '아름다운 패배'를 연출했다. 하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은 실망과 당혹감, 두려움의 탄식을 쏟아내며 충격에 휩싸였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매케인 후보는 이날 밤 주요 언론 매체가 오바마의 당선이 확실하다고 보도하자 불과 몇 분 뒤 자신의 패배를 시인하고 오바마에게 축하 전화를 했다. 2004년 대선 때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는데 뜸을 들인 것과 대조적이다.

매케인은 지지자 수천명이 운집한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빌트모어호텔에서 아내 신디 여사와 함께 연단에 올라 "오바마 의원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거듭 축하인사를 보내고 "그가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없던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희망의 영감을 불어넣은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매케인은 "오바마 의원이 여러 도전을 헤치고 우리를 이끌 수 있도록 그를 도울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매케인은 오바마를 언급할 때 지지자들이 야유하자 손사래를 치며 기품 있는 자세를 주문하는가 하면 "오늘 밤에는 실망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실패는 나의 것"이라며 지지자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의 표를 갉아먹었다는 러닝메이트 세라 페일린에게도 "지금까지 내가 본 부통령 후보 중 가장 열정적이고 훌륭한 태도를 보여줬다"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매케인 후보는 아름답게 물러났지만 이날 공화당 지지자들은 감정적인 언사와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피닉스에서 댄서로 일하고 있는 린지 다이아몬드는 "우리는 오바마 집권 4년 후면 다시는 흑인 대통령을 뽑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세라 덩컨이라는 여성은 "미국은 흑인 대통령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오바마는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려 하겠지만 미국인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오바마를 암살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는 '섬뜩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신문 방송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매케인 지지자들은 "매케인이 진실을 말하는데도 언론이 극도의 편견을 갖고 이를 전하지 않아 실망했다"며 언론을 탓했다. "오바마를 강하게 공격하지 않았다" "매케인이 후보로 출마하기에는 너무 늙었다"는 불만도 표출됐다.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가 주지사로 있는 알래스카의 와실라에서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파티가 열렸다. 페일린 후보가 대선 출마를 계기로 스타가 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결국 대선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사진사인 필 스트래카는 "미국이 큰 실수를 했다"며 "시간이 한 달 만 더 있었더라면 우리가 이겼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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