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경기 용인 명지대체육관. 곳곳에서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는 소리가 줄을 이었다. 중앙대와 고려대의 제45회 전국대학농구 2차 연맹전 결선 경기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중앙대가 고려대를 꺾으면 아마농구 최다연승인 50연승의 금자탑을 쌓는 순간. 연방 혀를 차던 농구 원로들은 "굴러들어온 호박을 걷어 차는구먼"이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굴러 들어온 호박'은 모처럼 찾아온 대학농구의 흥행 기회를 의미한다. 한국 농구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농구대잔치 시절의 열기가 프로농구 출범과 맞물려 싸늘히 식어버린 지 12년째. 철저히 변방으로 물러났던 아마농구가 중앙대의 연승행진과 함께 뜨겁게 달아오르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학농구연맹은 '호박'을 차버리고 말았다. 군색하기 짝이 없는 명분을 내세워 대학농구의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중앙대의 50연승은 공식 기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학농구연맹의 입장. 중앙대가 올해 2개 대회에 불참했기 때문에 연승이 자동적으로 끊어졌다는 해석이다.
농구 관계자들은 "대학연맹이 언제부터 공식 기록에 신경 썼다고 이제서야 공식 기록 운운하는가"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실제로 최근까지 대학연맹 일각에서 주장했던 '고려대 49연승'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고려대 역시 49연승 동안 중간에 1개 대회에 불참했고, 1977년 한국은행에 패한 기록이 불거졌다. 그만큼 대학 선수들의 수준은 날로 높아만 가는데, 연맹은 아직도 동네 농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논거를 잃은 대학농구연맹은 중앙대의 연승 행진을 공식 기록으로 인정할 수 있는 자격조차 잃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농구인들은 이미 대학농구연맹이 중앙대의 연승행진을 공식 기록으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관심을 접은 지 오래다.
그들의 바람은 단 하나다. '공식 기록 인정'의 진흙탕 싸움을 접고 중앙대의 연승 행진을 대학농구 부흥의 촉매제로 삼아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이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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