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혜택을 싫어하는 투자자가 있을까. 이익이 생겨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말이다. 하지만 비과세 혜택이 오히려 원망스러운 투자자들이 있다. 바로 해외펀드에 투자했다가 최근 환매한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글로벌 주식 시장의 침체로 투자손실이 났는데도 세금을 내야 했다.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되는 얘기다. 손실이 발생했는데 세금을 내야 한다니 말이다. 사연은 이렇다. 해외펀드는 원래 투자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이 과세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정부는 해외펀드의 주식평가, 매매차익에 대해 200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비과세 혜택을 부여했다.
이 때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해외펀드에서 과세대상이 되는 소득에서 주식 매매차익 부분은 빠진 것이다. 물론 투자자들에게는 대단한 혜택이었다. 문제는 주식매매로 손실이 발생해도 펀드의 과세소득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데 있다.
간단한 사례를 들어보자. 1년 전 1억원이 설정된 해외펀드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펀드는 1년 동안 주식투자로 3,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채권투자와 환차익으로 1,000만원의 이익이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이 펀드의 현재 평가금액은 8,000만원이 될 것이다. 투자금액 대비 20%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과연 이 펀드를 지금 환매하면 세금이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납부해야 할 세금이 있다. 주식매매차익 말고 다른 이익 1,000만원에 대해서는 세금이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주식매매차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없었다면 어떨까. 펀드 전체가 손실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과되는 세금이 없다. 비과세 혜택이 오히려 세금을 더 내게 한 꼴이다.
최근 해외펀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주식매매로 큰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 상승으로 환차익이 발생한 펀드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난 해 시행된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은 지금까지 투자자들을 두 번 울린 꼴이 되었다. 손실이 났는데도 세금까지 내야 했으니 말이다.
이제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1년 남짓 남았다. 사실 글로벌 증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한다면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은 과거의 오명을 씻고 투자자들에게 두 배의 기쁨을 안겨 줄 수 있다. 아파트나 부동산을 팔아서 이익이 발생하면 반은 세금으로 내야 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지 않은가.
반면 주식매매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은 분명히 대단한 혜택이다. 글로벌 증시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악몽의 10월이 지나갔다. 워렌 버핏과 같은 투자의 대가들은 지금이 투자 타이밍이라고 역설한다. 누구나 그렇게 믿고 싶다. 워렌버핏의 예측이 맞는다면 내년에는 해외펀드 비과세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여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리라 기대해 본다.
김상문 삼성증권 PB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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