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배 행세를 하며 돈을 갚지 못한 채무자들을 폭행하고 심지어 히로뽕까지 투약한 사채업자가 덜미를 잡혔다.
7일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김주선)가 구속기소한 사채업자 원모(36)씨는 2005년부터 서울 강남에서 등록도 하지 않은 채 대부업체를 운영해 왔다.
원씨가 최근까지 기업인과 자영업자, 의사 등에게 빌려준 돈은 100여억원으로 모두 법정 제한 이자(연 49%)를 초과한 고리였다. 원씨는 채무를 변제받기 위해 조폭을 동원한 가운데 채무자를 폭행하는가 하면 스스로 조폭 행세를 하기도 했다.
건설업자 A씨는 2006년 원씨에게 월 10∼15% 이자로 3억원을 빌렸다 원리금을 합쳐 6억원을 갚고도 갖은 고초를 겪었다. 원씨는 채무변제 과정에서 A씨를 부산 칠성파 간부의 장례식장에 데리고 가 공포감을 조성하는가 하면 히로뽕을 투약해 히로뽕 중독에 빠지게 했다.
채무를 변제한 A씨가 담보로 맡긴 벤츠와 페라리를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원씨는 룸싸롱으로 끌려가 "내가 누군 줄 아느냐, 동아파 조직원이다"며 접시와 술병, 재떨이로 무자비하게 폭행, A씨는 전치 6주의 골절상을 입었다.
치과의사 C씨는 주식투자 및 병원운영비로 5억원을 빌렸다 주가폭락으로 제 때에 돈을 갚지 못하는 바람에 피해자가 된 경우. 원씨는 조폭을 동원해 C씨의 롤스로이스 팬텀(시가 5억원) 승용차를 빼앗고 "병원을 팔아서라도 갚아라"며 수시로 협박했다.
계속된 원씨의 협박에 견디다 못한 C씨는 조폭두목 박모씨에게 해결을 부탁했으나 조직원을 살해한 뒤 도주하는 박씨에게 승용차를 빌려준 사실이 들통나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까지 되는 신세가 됐다.
검찰은 원씨의 집에서 전국 각지의 폭력조직원 320여명의 연락처가 적힌 문서를 발견, 원씨가 불법 채권추심에 조직폭력배를 수시로 동원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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