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 소식에 흥분하고 있던 지난 주 대만은 사상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한 중국 고위급 인사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여 있었다.
3일부터 7일까지 대만에 머문 중국의 천윈린(陳雲林)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 회장은 타이베이(臺北)에서 해운직항로 개설 등에 합의하면서 1949년 이후 양안의 숙원이었던 통상(通商) 통항(通航) 통우(通郵) 등 3통을 실현했다. 천 회장은 방문기간 내내 대만인들에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다. 만나는 어린이들에게 뽀뽀를 하고 가격이 떨어져 시름이 깊은 대만 오렌지 농가를 위로하기 위해 대만산 오렌지를 구입했다.
중국 고위급 인사의 대만방문
하지만 대만 국민 전체가 천 회장을 환영하지는 않았다. 천 회장은 대만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야당인 민진당과 일부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위대와 마주쳐야 했다. 시위대는 천 회장을 '공산 비적'으로 호칭하면서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대만을 중국에 팔아 먹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천 회장은 5일 시위대에 막혀 6시간동안 호텔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수모도 당했다. 대만 내 반중 정서로 인해 마 총통은 천 회장을 단 5분만 접견했다. 양측 지도부가 대화를 나누기에는 여전히 이른 것이다.
이런 논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양안이 남북한보다 현명하고 양안관계가 부럽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양안 상황과 우리의 분단 상황은 천양지차이다. 양안 간 무역 규모는 지난해 1,3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인적 교류는 연간 500만 명에 달한다. 중국의 처녀가 대만으로 시집가고, 대만 사업가는 중국 공장에서 중국과 세계를 겨냥한 상품을 만든다.
이런 상황이 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이 버젓이 존재하는 가운데 조성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명(明) 대를 전후로 대만으로 이주한 대만인들은 1949년 전후로 대륙에서 넘어온 세력과 달리 통일에 반대하면서 대만 독립을 지향한다. 통일을 반대하는 정치세력이 민진당이다. 이들과 달리 1949년 이후 이주자들을 대표하는 현재의 여당 국민당은 교류 협력에 적극적이다.
다소의 혼란이 있지만 이렇게라도 교류에 나서는 중국, 대만과 비교할 때 공식적으로 공히 통일을 지향한다는 남북한의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경제 교류 및 협력은 말할 것도 없고 평화공존의 기틀도 허약하다. 천 회장이 대만을 떠난 후 대만의 한 저널리스트는 "중국 정부로서는 대만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싸움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절실히 느꼈을 것"이라고 평했다. 이 평가는 현 남북관계에 적용해도 딱 들어맞는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9개월 가까이 남북대화가 단절되어 있다. 우리가 북한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점검해볼 때가 됐다. 또 남북 문제와 관련해 금과옥조처럼 읊조리는 명제들도 이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대화 단절 진지하게 성찰해야
가령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북한에 핵이 있는 한 협력은 불가능하다"는 우리의 입장을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할까라는 식의 성찰도 필요하다고 본다. "대남 적화 노선이 있는 북한과의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과거 주장을 지금은 융통성 없는 명제라고 판단하듯 우리의 후손도 우리를 꽉 막힌 선조로 여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가져야 한다.
마침 미국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서 우리의 대북 정책도 재검토할 기회를 맞았다. 남북문제에서 발상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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