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 버락 오바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나오자 흑인 사회는 핍박과 차별의 상처를 딛고 감동의 눈물을 쏟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흑인 지도자들은 침착하게 당선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과거 마틴 루터 킹 목사, 인권운동가 메드가 에버스, 흑인인권을 주창한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 등을 잃은 슬픔을 기억하면서 마냥 기뻐할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1960년대 민권시위를 하다 투옥됐던 룰라 쿠퍼(75)씨는 AP통신에 “60년대 우리의 지도자들은 모두 암살당했다. 다시는 그 슬픔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로 초조함을 표현했다.
흑인 대통령의 탄생은 2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60년대는 흑인 대통령에 찬성한다고 답한 이가 응답자의 절반을 넘지 않았다. 80년대까지도 70%대에 맴돌았던 찬성 비율은 9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90%를 넘어섰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흑인 민권운동가 밥 로(63)씨는 2일 뉴욕타임스(NYT)에 “84년 제시 잭슨 목사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출마해 패한 후 흑인의 정치참여는 하강 곡선을 그려왔다”며 “자신들의 표가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대선은 다르다. 흑인 사회가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아주의 경우 2004년 대선 당시 투표한 흑인의 비율이 25%에 불과했지만 올해 조기선거에서는 35%로 뛰어 올랐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2004년 대선 당시 투표의사를 밝힌 흑인은 84%였지만 올해는 91%로 증가했다. 오바마 때문만은 아니다.
워싱턴 소재 정치경제합동연구소의 정치 분석가 데이비드 보시티스씨는 “오바마는 케이크 위의 생크림에 불과하다”며 “흑인의 높은 정치 참여는 부시 행정부 하에서 흑인이 그만큼 많은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흑인 사회는 현재 당선 이후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미국이 쇠락의 길에 들어섰다는 암울한 분석이 지배하는 이 시점에 최고 통수권자 자리를 물려받는 것이 기쁜 일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프린스턴대학의 코넬 웨스트 교수는 AP통신에 “흑인들이 ‘나라가 망해가려니 우리에게 떠맡기는군’이라고 말할 게 분명하다”고 전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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