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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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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바시르와 왈츠를'

입력
2008.1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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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불을 켠 26마리의 들개들이 혀를 빼물고 초저녁 도심을 내달린다. 놀란 운전자는 차를 급정거시키고, 행인들은 두려움에 몸을 움츠린다. 문명화된 현대 도시에서 벌어질 수 있는 지극히 야만적인 행태에 대한 비유, 이스라엘 애니메이션 '바시르와 왈츠를'은 도입부부터 영화의 메시지를 단도직입적으로 전달한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필름 조각이 혈관을 맴돌다가 종국엔 심장에 박히는 듯한 아픔을 준다. 영사기가 종영을 향해 숨가쁘게 릴을 돌릴수록 관객의 고통과 슬픔과 분노도 가속도를 더한다.

영화는 아리 폴만 감독이 1982년 레바논전쟁에 참전했던 주요 기억이 사라졌음을 각성하면서 시작한다. 참전을 한가한 해수욕과 조명탄이 밤하늘을 물들이는 다소 낭만적인 풍광으로만 기억하던 그는 20인의 군대 동료와 심리치료사 등과의 만남을 통해 지워진 기억의 퍼즐을 맞춰가는 여정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동료들이 겪었던 참혹한 전쟁의 실상과 맞닥뜨리고, 로켓탄을 쏘는 소년을 향해 자신이 총격을 가했던 기억을 복원한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잊고 싶었던 참극과 마주한다. 바로 베이루트의 팔레스타인 난민촌 사브라와 샤틸라에서 벌어진 학살극에 이스라엘 군대가 간여했고, 그도 3,000여명의 목숨을 지우는 데 가담했음을 깨달은 것이다.

폴만 감독 등 다수의 등장인물들은 영화 속에서 자주 뇌까린다. "대학살은 시스템에 저장돼 있지 않다"고. 학살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집단 망각을 통타하는 비유다. 학살의 배후자로 지목됐던 아리엘 샤론 당시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9년 뒤인 2001년 총리 자리에 올랐고 5년 동안 이스라엘 행정부를 좌지우지했다.

지워진 비극적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엔 역설적이게도 뮤직비디오 같은 현란한 화면과 경쾌한 록 음악이 함께한다. 때로는 산뜻한 왈츠 음악이 스크린을 채운다. 밝음과 어둠의 극단적인 병치를 통해 영화는 그렇게 전쟁의 비극과 부조리를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비뚤어진 역사에 대한 고발자로서의 영화의 역할이 여전히 유효함을 시종 웅변한다.

지난 5월 제6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많은 갈채를 받은 작품이다. 7월엔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국내 팬과 만남을 갖기도 했다.

제목의 바시르는 1982년 이스라엘의 지원으로 대통령에 선출됐다가 취임 9일 전 폭탄테러로 숨진 레바논의 기독교계 팔랑헤당 지도자 바시르 제마엘을 가리킨다.

그의 죽음에 격앙된 팔랑헤당의 민병대원들은 이스라엘 군대의 비호 아래 사브라와 샤틸라에서의 '인종청소'를 주도했다. 2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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