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정례회가 10일부터 열린다. 시정의 잘잘못을 따지고 20조원이 넘는 내년 예산안을 심의하는 자리지만, 회의 자체가 제대로 진행될 지 의문이다.
6월 의장선거 당시 같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돈봉투를 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귀환(60) 시의회 의장이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 받고도, '옥중 버티기'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장이 구속된 지 9일로 118일째, 의회는 파행 운영을 거듭하고 있다. 의장비서실 직원 5명은 '주인' 없는 사무실을 우두커니 지키고 앉았거나,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김 의장측 변호사와 접촉해 항소심 재판 준비를 돕는 엉뚱한 일에 매달려 있다.
김 의장은 '무죄추정 원칙'을 내세우며 확정 판결 때까지는 의장직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같은 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본인이 돈봉투를 돌린 것 자체를 인정한 상황에서 의장직을 내놓지 않겠다는 것은 도를 지나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자치법상 재적의원 4분의 1이상이 의장 불신임안을 발의해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해임이 가능하다. 하지만 시의원 106명 가운데 95명이 한나라당 소속이고 이중 30%가 김 의장 돈을 받아 유죄 선고가 났으니, 시의회가 움직이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 의장이 버티고 있는 데는 의장직 유지가 향후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또 시의회 의장직이 국회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져 온 것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6대 시의회 의장 2명이 비례대표로 17, 18대 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는 의장 선거에서 금품이 뿌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의회 관계자는 "김 의장이 다음 주에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은 진위를 정확히 알 수 없어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구의회 의장으로 뽑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동료 의원에게서 성매매 등 향응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서울 중구의회 심모 의장도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내용을 유포해 중구의회 위상이 실추된 만큼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중구의회 관계자는 "성매매라는 내용 때문에 여성단체들의 항의가 많다"며 "얼마나 낯 뜨거운지 직원들끼리도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꺼내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급기야 시민, 구민들이 이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김 의장 퇴진 운동을 펼치고 있는 광진주민소환추진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이달 초 주민소환을 위한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김옥선 주민소환본부 공동대표는 "김 의장이 서울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악용하는 것 같다"며 "재판부가 이 사실을 참작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뻔뻔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중구의회 성매매 의혹 관련 의원들 사퇴 촉구를 위한 중구시민모임'도 3일 심 의장을 비롯한 성매매 연루 의원 6명에 대한 사퇴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중구시민모임은 기자회견에서 "성매매에 연루된 구의원 6명이 2006년 지방선거 때 얻은 최다득표수보다 많은 사람의 서명을 받아 이들의 퇴진을 바라는 구민들의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