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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바마와 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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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바마와 DJ

입력
2008.1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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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모든 게 가능한 곳인지, 우리 선조들의 꿈이 지금도 살아있는지, 민주주의의 힘이 아직 건재한지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이 그 대답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연설은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 모여 현장 분위기에 젖은 10만여 지지자들을 환호와 눈물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것은 물론, TV로 이 장면을 지켜본 미 국민, 나아가 지구촌 사람들에게까지 진한 감동을 던졌다. 오바마 개인의 '인간 승리'와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미국의 거대한 변화가 겹친 한 편의 정치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연설 솜씨도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2004년 7월 전당대회 기조연설을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오른 경력 그대로 역사상의 유명연설을 압축한 듯하다. 풍성한 반복과 비유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는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나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는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바로 변화"라는 어법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취임연설을, 애국심과 책임감, 노력을 호소한 대목은 '피와 수고와 눈물과 땀'을 강조한 윈스턴 처칠의 의회연설을 연상시켰다.

■국내 정치인으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그는 이튿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여러분의 협력이 필요하며, 고난을 함께 나눌 준비를 하자"고 호소했다. 'IMF 사태'라는 커다란 경제위기가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됐던 것이나 득표 분석에서 드러난 지지층 분포도 어딘가 닮았다.

오바마는 흑인 96%, 히스패닉 66%, 아시아계 62%의 지지를 받았지만 43%에 이른 백인 유권자의 지지가 아니고서는 결코 승리할 수 없었다. 김 전 대통령도 표밭인 호남에서 92.7~97.3%의 지지를 받았지만 서울 44.9%, 경기 39.3%의 득표가 승리의 발판이 됐다.

■열성적 지지자들은 선거 승리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중립, 또는 반대 입장에 섰다가 마지막에 변화를 선택한 유권자들에 대한 정치적 빚이 오히려 큰 셈이다. 그런데 이들의 존재는 열성적 지지자들의 환호에 가려지기 십상이다. 김 전 대통령 정부의 전ㆍ후반기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다른 것도 이런 망각과 무관하지 않았다. 오바마가 이런 위험을 극복한다면 그의 지혜는 곳곳의 장벽이 여전한 우리사회에 더할 나위 없는 참고가 될 만하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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