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못했는데 기쁘고 다른 도예인들에게는 미안하기만 합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도예명장의 한 사람인 백천 천한봉(75ㆍ경북 문경시) 선생이 일본 내각부 상훈국이 주는 욱일쌍광장(旭日雙光章) 수훈자로 결정됐다. 이 훈장은 일본 정부가 일본과 관계가 있거나 문화교류에 이바지한 외국인에게 주는 것이다.
천씨는 "우리나라는 대개 상이나 훈장을 신청 또는 추천하면 공적을 심사해서 주는 편인데 이번에 일본은 당사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손님처럼 방문해서 현지실사를 하는 식으로 심사를 하고 갑자기 수훈자로 결정됐다고 알려왔다"고 말했다.
일본의 수훈 결정은 천씨가 우리나라 도공 가운데 누구보다도 일본에서 왕성한 활동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천씨는 1933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광복과 함께 귀국했고, 14세때 아버지가 돌아 가신 뒤 생계를 위해 고향인 문경에서 다른 사람 도요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도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오래지 않아 걸출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주특기는 이도다완(井戶茶碗).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에서 가져간 찻사발을 이도다완이라 부르며 차회를 열었고, 그때 사용한 찻사발은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막사발로도 불렸고, 언제부턴가 맥이 끊긴 것을 천씨가 일본의 국보를 보고 재현했다.
천씨는 1972년 문경요(聞慶窯)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찻사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75년 일본 도쿄ㆍ오사카 등지에서 열린'한국문화 5,000년전'에 초대받아 작품을 출품했고 일본 왕실 요청으로 화병 20점을 특별 제작해 공급하기도 했다. 또 일본에서 개인전 등 100여회의 전시회를 할 정도로 유명세를 떨쳤다.
74년부터 매년 15만 달러 안팎의 작품을 수출한 공으로 2005년에는 동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95년에는 도예명장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06년 경북도 무형문화재 사기장으로 지정됐다. 천씨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통가마에서 장작불로만 굽는 전통기법을 고수하고 있다.
20일 부산 일본 총영사관에서 훈장을 받을 예정인 천씨는"독도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가 불편한 상황에서 훈장을 받아야 할지 고민했지만 정치와 문화는 별개라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경=정광진 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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