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부부 생활을 원하십니까? 육아의 스트레스도 한 번에 날려드립니다!"
홈쇼핑 광고가 아니다. 최근 TV에는 이런 광고문구가 어울리는 '유사 가족'들이 즐비하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 코너에는 다양한 설정의 가상 부부가 출연하고, SBS '좋아서'는 다섯 명의 남자가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 가상 육아 프로그램이다.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는 가족을 강하게 내세우지는 않지만 '김계모' 김수로와 '천데렐라' 이천희처럼 유사 가족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케이블TV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연예인 부부가 서로의 배우자를 바꾸는 tvN '발칙한 상상, 아내가 결혼했다'와, 연예인들이 가상의 가족을 만드는 MBC에브리원 '가족이 필요해'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 프로그램은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마치 패키지 상품이라도 되는 양 TV에 전시한다. '우리 결혼했어요'의 커플들은 실제 부부와 달리 경제 문제 등 현실적 고민을 하지 않는다. '좋아서'는 똑똑한 여자아이가 어리숙한 가상의 아빠를 오히려 가르친다. '패밀리가 떴다'의 출연진들은 아무 걱정 없이 반복적으로 여행을 즐긴다.
실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SBS '인터뷰 게임'이 경제난으로 헤어져 사는 아버지와 딸 등 깊은 갈등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인 반면, 이들 예능 프로그램은 현실 도피에 가깝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들은 TV에서 진짜 같은 가족을 보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너무 현실적인 고민을 보는 것도 꺼려 한다"고 말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아들 등 문제로 가득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MBC 시트콤 '그분이 오셨다'의 저조한 시청률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리얼리티 쇼가 이처럼 가장 현실적 소재인 가족을 등장시켜 오히려 현실로부터 도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실상이다. 하지만 이런 '가족 쇼'의 생명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갈등과 고민의 드라마 없이 소소한 웃음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프로그램을 이끌 동력은 쉬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좋아서'의 공희철 PD는 "재미를 주는 것이 우선의 목표지만 육아에 대한 현실의 고민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육아의 갈등과 그것의 해결에서 오는 감동을 함께 선사하려 한다"고 말했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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