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의 미 대통령 당선 이후 청와대 외교통상부 등 외교안보라인의 표정은 썩 편치 않아 보인다. 겉으로는 "환영한다"는 말을 되풀이했지만 속내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북 압박책을 견지하는 이명박 정부가 북미대화를 선호하는 오바마 행정부와 코드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한미동맹과 군사분야에서는 특별히 달라질 게 없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21세기 전략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전지구적인 이슈에서도 글로벌 동맹관계를 유지한다는 복안이다. 오바마 당선자 역시 "한반도를 넘어서는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21세기 비전"(2월 의회 발언)을 강조하고 있어 별다른 충돌은 없을 전망이다.
군사분야도 지난달 한미 국방장관 협의에서 주한미군의 현 수준(2만8,500명) 유지,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기존 정책 유지를 약속한 바 있다. 문제가 있다면 오바마 당선자가 후보 시절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어 한국에 재파병을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정도다.
가장 큰 불협화음이 예상되는 분야는 북한 문제다. 오바마 당선자는 지난해 7월 "북한 이란 등의 지도자와 만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에는 "북한과 대화를 하지 않았던 게 북핵 개발로 이어졌다"고도 했다. 당장 오바마 진영에서는 북핵 해결을 위한 고위급 특사 파견의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최근 외교안보 관계장관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4일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 과정에서 최초로 제안국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비핵ㆍ개방ㆍ3000'이 오바마 노선과 엇갈릴 수 있다. 북한의 핵폐기 진전에 따라 대북 지원에 나선다는 이 공약은 남북관계의 경색을 감수하고서라도 북한의 근본적 태도 변화를 이끌겠다는 강공책이다. 미국의 호응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정책인데 대북 대화론자가 당선됐으니 정부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물론 오바마 당선자도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즉각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북핵 폐기 약속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민주당 역시 북한 핵무기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은 확실하다"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원칙은 거의 같고 방법론상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앞장설 경우 한국의 처지가 우스워질 수 있다. 통미봉남 가능성도 높다. 국제역학구도로 볼 때 한국이 오바마 행정부에 정책 변화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이 코드를 맞춰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자면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놓은 말을 다 쓸어 담아야 한다. 이 선택도 보수를 기반으로 하는 입장에서는 어렵다. 진퇴양난의 형국인 만큼 차라리 이 대통령이 먼저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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