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체스코
주여, 내 자매인 물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소서,
물은 매우 유용하고 겸허하며 귀하고 순수합니다.
주여, 내 자매인 달과 별들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소서,
당신께서는 하늘에 그 깨끗하고 귀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주여, 내 형제인 바람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소서,
그리고 공기와 구름과 아름다운 날씨를 통하여 찬미를 받으소서.
그것들을 가지고 당신께서는 당신이 만드신 모든 것을 먹여 살리십니다.
주여, 내 자매인 불을 통하여 찬미를 받으소서,
그것을 가지고 당신은 밤을 밝히십니다.
불은 아름답고 명랑하고 활기차고 튼튼합니다.
주여, 당신의 모든 생물로써
특별히 내 형제인 태양으로써 찬미를 받으소서,
태양은 대낮이고, 그것을 가지고 당신은 우리에게 빛을 쏟아 주십니다.
태양은 아름답고, 커다란 광휘로써 빛납니다.
태양은 가장 높으신 당신을 닮았습니다.
성 프란체스코의 일생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그린 지오토의 프레스코화 중 '새에게 설교하는 프란체스코'가 있다. 새에게까지 복음을 전한 그는 청빈과 무소유를 실천하며 세상 모든 피조물을 하느님의 자녀라고 하였다. 물과 불, 달과 별, 바람과 태양 같은 사물과 다감하게 교감할 줄 아는 이 생태적 감성이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성스러움의 한 모습이 아닐까.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이 시를 읽으면 기도를 하고 찬미를 하고 싶어진다. 두 손을 모으면 흩어진 마음도 한 군데로 모아질 것 같고, 겸허히 머리를 숙이면 떨어져 있던 가슴과 머리의 간격 역시 그만큼 좁혀질 것 같다. 이런 자세로 기도를 하는 내 몸이 곧 사원이고 경전이다.
손택수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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