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동산 시장이 투기과열지구 해제의 역풍을 맞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따른 분양권 전매 부활이 당초 기대했던 시장 기능 활성화라는 긍정적 효과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금융시장 불안 및 불투명한 시장 전망과 얽혀 집값 하락과 거래 침체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분양권 전매가 미분양 적체로 시름하는 건설업계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정작 건설업체의 기존 미분양 해소만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분양계약 해지를 원하는 계약자들이 시장 퇴로의 수단으로 전매 시장을 활용, 분양가보다 싼 값에 분양권을 투매하고 있어 건설업체들이 남은 미분양 물량 처리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기 용인, 화성 등 신규 공급 증가로 집값이 크게 떨어진 지역에서 분양가 이하 손절매 분양권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용인 동천ㆍ성복ㆍ신봉동과 고양 식사ㆍ덕이지구에서 나오는 매물은 대부분 분양가 밑에서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권 이하 매물이 속출하는데 대해 "계약자 입장에서도 계약해지보다는 분양권으로 처분하는 게 금전적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계약을 해지하면 분양가의 10%(5,000만~1억원)인 계약금 외에 중도금 무이자 융자나 이자 후불제에 대한 금리를 손해보지만, 분양권으로 팔 경우엔 중도금 이자와 마이너스 프리미엄 만큼만 포기하면 돼 경제적으로 더 이익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래미안, 은평구 불광동 힐스테이트 등 강북 재개발 단지는 물론, 서울 강남의 요지인 반포동에서 최근 분양된 '반포 자이'와 '래미안 퍼스티지'조차 일반분양가보다 싼 조합원 분양권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값싼 분양권이 쏟아지면서 미분양 처분이 더욱 힘들어진 건설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 할인 분양에 나서고 있다. 용인 신봉동에서 분양 중인 동일하이빌은 미분양 계약자는 물론, 기존 계약자들에게도 평형대별로 분양가의 4~10%를 깎아주기로 했다.
신봉동 L공인 관계자는 "전매 제한이 풀린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값싼 분양권이 나와도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며 "주변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다 값싼 분양권 매물 급증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은 만큼, 건설사나 중개업자도 수요자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전매시장 부활이 주택 가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화하고 있다. 새로 분양하는 모델하우스에는 이동식 중개업소인 이른바 '떴다방'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7일 문을 연 경기 부천시 원미구 약대동 두산위브 모델하우스에는 한동안 사라졌던 떴다방들이 대거 등장, 단타 전매를 부추기는 등 호객 행위에 나섰다.
시공업체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해제 이후 첫 분양이라 그런지 단타 전매를 노린 가수요자와 떴다방이 많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오랜만에 현장 분위기가 들뜨긴 했지만, 실수요자들이 얼마나 청약을 해 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동산연구소장은 "전매시장 부활은 투기 가수요의 시장 진입을 허용한 것으로, 이미 역효과가 예상됐다"면서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푼 돈이 정상적인 주택 거래가 아닌 투기 거래로 이용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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