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 슈나이더 지음ㆍ이정모 옮김/뿌리와이파리 발행·328쪽·1만5,000원
"미쳤어!"
책을 펴 든 독자 열 가운데 예닐곱은 이런 말을 뱉게 될 것이다. 서기 1304년부터 2003년까지, 700년 동안 과학의 이름으로 행해진 온갖 해괴한 실험이 책에 가득 실려 있다. 단두대에서 잘린 머리에 전기 흘려 보내기, 30년 동안 저울 위에서 살기, 딱정벌레 암컷에 수컷 머리 붙이기, 침팬지와 아기를 함께 기르기, 거미에게 마리화나를 먹이기…. 111가지의 기상천외한 실험으로 떠나는 과학사 여행이다.
단순히 기발한 실험들을 보여주고 웃게 만드는 것이 <매드 사이언스 북> 의 목적은 아니다. 스스로 미쳤음을 부인하지 않는 과학사의 풍경들을 통해, 독자들은 과학의 진보가 광기에 가까운 열정을 통해 가능했음을 알게 된다. 예컨대 2005년 헬리코박터 균 연구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호주 과학자 배리 마셜 박사의 실험. 1984년 위염 환자의 위에서 나온 10억 마리의 박테리아를 물에 섞어 마신 그를 두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미쳤다"고 말했다. 매드>
책이 소개하는 기괴한 실험이 모두 의미있는 과학적 성취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1802년에 있었던 이탈리아 과학자 알다니의 얼굴경련 실험이 일례다. 알다니는 전자의 성질을 밝히기 위해 잘린 개구리의 뒷다리에 전기를 흘려보낸다. 거듭되는 실험에도 의문이 풀리지 않았던 그는 급기야 사형된 지 45분 지난 사람의 머리로 같은 실험을 한다. 실험은 희대의 엽기 서커스로 기록된 채 끝나고 말았지만, 소설 <프랑켄슈타인> 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프랑켄슈타인>
사회심리학적 실험도 미친 과학의 사례로 등장한다. '1달러짜리 지폐를 경매에 부치면 얼마에 낙찰될까'. 도대체 누가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할까 싶지만, 1970년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실제로 경매는 실시됐다. 40회에 가까운 실험에서 1달러에 미달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심지어 20달러에 낙찰된 경우도 있었다. '비협력 행동과 증폭의 역설'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실험은 수렁에 빠져 있던 베트남전쟁을 설명하는 주요한 이론으로 기능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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