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는 왜 하는 건가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Dr. 이코노미에게 물어 봅시다]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는 왜 하는 건가요?

입력
2008.11.10 01:33
0 0

Q.

요즘 세계적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부동산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너무 느슨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대출 규제가 엄격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얘기도 많이 하지요.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도 집값이 떨어지고 건설경기가 나빠지면서 슬슬 대출규제를 풀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부동산 대출규제가 도대체 뭐길래 이처럼 관심이 높은 걸까요. 닥터 이코노미에게 물어봅시다.

A.

먼저 부동산담보대출 규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겠죠? 부동산담보대출이란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가 아파트 같은 부동산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 주는 것을 말합니다. 담보란 빌려준 돈을 떼일 경우를 대비해 그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을 잠정적으로 확보해 두는 것을 뜻하죠. 대출자는 집을 사면서 그 집을 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집 사는데 드는 돈의 일부를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이지요.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는 이처럼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 주는 거래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이 해당 자산가격의 일정비율 이상을 대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입니다. 대출의 대상ㆍ금액ㆍ조건 등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부과해 금융회사가 이를 따르도록 하는 것이지요.

왜 규제를 하는 거죠?

사실 금융회사는 부동산담보대출 외에도 여러 가지 대출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대출과 달리 유독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대출만은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예를 들어 보죠. 회사원 A씨가 아파트를 사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고 칩시다. 매달 원리금(대출 원금의 일부와 이자)을 갚아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자기 집에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사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거죠. 게다가 A씨의 계산으로는 회사에서 받는 봉급으로 원리금은 충분히 상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불황으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A씨는 몇 달째 봉급을 받지 못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고 있는 아파트값도 크게 떨어졌습니다. 아파트를 팔아서라도 원리금을 갚으려 했지만 당초 구입했던 가격은커녕, 훨씬 낮은 가격에도 집이 팔리지 않자 A씨는 어쩔 수 없이 원리금을 연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은행 역시 담보로 잡아둔 A씨의 집을 팔아봤자 가격이 너무 낮아 대출 원리금을 되찾기 어려워졌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이는 A씨와 그에게 대출해 준 은행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A씨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나면 다른 은행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요. 집값이 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시세 차익을 노리고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많다면 문제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특히 부동산담보대출은 대개 거액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영향도 다른 대출에 비해 큰 편입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닙니다. 부동산담보대출에서 발생한 금융회사의 손실이 다른 산업분야로 파급되거나 그로 인해 평소 자금중개기능을 담당하는 금융회사의 신뢰가 훼손된다면 결국에는 금융불안이 발생하여 금융시스템 전체로 파급되고 국가경제도 어려워지게 될 것입니다.

부동산담보대출 규제의 목적은 바로 이런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것입니다. 부동산담보대출을 규제함으로써 경제 주체들의 재무 건전성을 유도하려는 것이죠. 그래서 경기침체와 같은 외부 충격이 발생해도 그 영향이 부동산담보대출을 통해 금융시스템 혹은 경제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어떤 부동산 대출 규제가 있나요

먼저 대출금액이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 가격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한도를 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흔히 영어 약자로 'LTV'(담보인정비율) 규제(풀어읽는 키워드 참조)라고 하죠. 가령, 주택가격의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제한한다면 대출자는 5억원짜리 집을 살 때 2억원까지만 대출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대출을 받고자 하는 사람의 소득을 기준으로 대출금과 대출조건을 제한하는 방법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즉, 매년 갚아야 할 대출원금과 이자가 소득의 일정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지요. 이것을 역시 영어 약자로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풀어읽는 키워드 참조)라고 부릅니다.

소득의 4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한다면, 연소득이 5,000만원인 사람은 매년 갚아야 할 대출금과 이자가 자기 소득의 40%인 2,000만원 이하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대출원리금 상환액이 연 2,000만원이 넘는다면 대출금을 줄이거나 상환기간을 더욱 길게 늘려 원금 상환액을 줄여야 겠지요.

대출을 규제하면 어떤 효과가 簾た?/b>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는 경제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안전장치 같은 역할을 합니다. 우선 국가 전체적으로 부동산담보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또 집값 또는 대출자의 소득에 비해 대출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규제함으로써 경기침체가 와도 대출을 충분히 갚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도 합니다.

예를 들어, LTV 40%까지 대출이 이루어 졌다면 담보로 잡은 부동산 가격이 최악의 경우 60%까지 떨어져도 은행은 여전히 담보를 팔아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또 DTI 60%의 조건으로 대출받은 고객이라면 대출 이후 소득이 최대 40% 줄어들더라도 여전히 자신의 소득 범위 내에서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부동산담보대출 규제의 효과를 확실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을 상대로 한 대출임에도 LTV 비율이 거의 100%에 육박해 부동산 가격에 맞먹는 금액을 대출해 줬습니다. 사실상 규제가 없었던 거죠. 이런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조금만 떨어져도 금융회사가 확보한 담보가치가 대출금액보다 작아져 금융사가 금방 부실해지게 됩니다.

물론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는 금융회사나 대출자의 판단에 정부가 개입해서 대출한도를 강제로 설정하거나 대출조건을 좌우하는 것이므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부동산담보대출 규제는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보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경제 주체들의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어느 정도 존중해 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균형 찾기인 셈이지요.

▦풀어읽는 키워드

■ LTV와 DTI 비율

LTV비율 - 주택가치 기준으로 대출 산정DTI 비율 - 연소득 기준으로 대출 산정

LTV비율(Loan-To-Value ratioㆍ담보인정비율)이란 말 그대로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주택담보대출(loan) 금액과 고객으로부터 취득하는 담보가치(value), 즉 주택가격 간의 비율입니다.

우리나라 금융감독원은 주택의 종류, 위치, 가격, 대출의 만기 등에 따라 금융사가 지켜야 할 LTV 비율(현재 40~70%)을 각각 다르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융사는 이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 한도 내에서만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DTI 비율(Debt-To-Income ratioㆍ총부채상환비율)은 빚(debt)과 소득(income)간의 비율이지요. 즉, 대출자가 은행에 연간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과 대출자의 연간 소득액 간의 비율입니다.

금감원은 DTI규제 적용 대상인 주택의 종류, 위치, 가격 및 대출자를 규정하고 있으며, 현재 대출자 연소득의 40% 범위 내에서 대출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금액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답니다.

한국은행 조사국 최준환 조사역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대출 규제 우회적 완화… 그 효과는?

지난 주(7일)부터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역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전부 해제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모두 상향 조정됩니다. 금융규제가 우회적으로 완화된 셈인데, 왜 그런 걸까요.

일단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의 정의부터 알아야겠습니다. 투기과열지구는 주로 분양시장과 관련된 제도입니다. 신규 분양주택의 청약 경쟁률이 평균 10대1, 전용면적 85㎡(25.7평) 이하의 청약경쟁률이 5대1을 넘는 상황이 2개월 이상 지속되는 지역 등을 대상으로 건설교통부가 지정합니다.

또 투기지역은 월간 집값 상승률이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30% 이상 높고, 최근 2개월간 평균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30% 이상 높거나 1년간 연평균 상승률이 3년간 연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곳을 선별해 기획재정부가 지정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이들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에 대해 LTV와 DTI를 각각 40% 이내로 규정해 대출규모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과다한 대출을 막아 집값이 '뻥튀기' 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그간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 DTI 기준 자체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기준을 무작정 완화하면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집값거품, 은행부실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고민 끝에 LTV, DTI 기준은 그냥 놔두는 대신 규제대상 지역을 대폭 축소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실질적인 규제완화 효과를 내면서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언제든 칼을 뽑을 수 있도록 무장(武裝)을 풀지는 않겠다는 취지랍니다.

이번 조치로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남아있던 서울 전지역과 경기, 인천 등에 적용되던 관련 금융규제가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하고 모두 풀렸습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집값의 60%까지 확대되고(LTV), 상환능력을 고려한 소득에 따른 대출액 규제(DTI)는 아예 없어졌습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을 1건만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도 함께 없어졌죠.

예를 들어 연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이 서울 강북지역의 시세 7억원짜리 주택을 산다고 가정해 봅시다. 조치 이전에는 이자율 8%에 1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으로 빌린다면 약 1억9,000만원 정도를 은행에서 대출 받을 수 있었습니다. LTV 40%를 적용하면 최대 2억8,000만원(7억원*40%)을 빌릴 수 있지만, 여기에 DTI 40%까지 적용하면 1년에 원리금을 갚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2,000만원(5,000만원*40%)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투기지역 해제 이후에는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완화된 LTV 기준을 적용, 최대 4억2,000만원(7억원*60%)까지 늘어납니다. 이론적으로는 대출가능금액이 2억3,000만원(121%↑)이나 늘어난 셈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같은 금융규제 완화의 효과는 미미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가능금액은 늘어났지만, 실질적인 대출금리가 아직 높고 주택가격은 떨어지고 있어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