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0일, 온 국민의 마음속에 영원히 국보 1호로 남아있을 것만 같았던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적 관심 속에 복원사업이 발표되었고 5년 여에 걸친 작업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숭례문의 웅장한 모습을 상상하며 복원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을 것이다.
숭례문 복원사업에 각계각층의 성원이 있었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 특히 사극으로 많은 명성을 쌓은 모 탤런트는 성금 1억원을 기탁하였다고 한다. 이런 저런 시대극에 출연하면서 문화재의 소중함을 남달리 되새겨 왔던 터라 소중한 문화유산이 사라진 것이 마음 아파 기탁하게 됐다고 한다. 이런 사회적 성원과 관심 때문에 문화재청은 11월 15일까지 복원 현장의 공개 관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숭례문 복원사업에는 화재 수습부터 복구가 완료되는 2013년까지 250 여 억 원이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원사업은 1965년 발간된 '수리보고서'와 2006년 작성한 '정밀실측도면'을 토대로, 생존 원로기술자들의 증언과 옛 자료 수집 등 고증을 거칠 예정이다. 아울러 목조 문화재 및 방재 분야 전문가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설치 기준을 마련한 후, 방화 등 테러와 재난에 대비한 적외선 열감지기 등 감지장치와 스프링클러 등 첨단방재 설비가 도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름답고 늠름한 숭례문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정밀실측도면일 것이다. 이 도면은 2006년 서울 중구청이 펴낸 '숭례문 정밀실측 조사보고서' 에 실려 있는데, 2005년 4~11월 숭례문의 각 부분을 정밀 측정한 도면 182장과 1961년 중건 당시의 도면 12장이 수록돼 있다.
모든 목부재와 기와 돌의 크기를 ㎜ 단위로 쟀을 정도로 정밀한 기록이다. 문루, 단청, 처마, 지붕 등 숭례문 내외부를 상세하게 촬영한 원색 화보 80여 장을 포함한 사진 200 여 장도 담겨 있다. 실측에 의해 작성된 도면 데이터나 기술데이터는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 매우 중요한 참조데이터가 된다. 이게 없었다면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특히 과학기술분야에서 이러한 참조데이터는 대부분 측정에서 비롯되는데, 국가의 산업경쟁력 강화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재료의 부식성이나 고온에서의 피로특성 등과 같은 물성 참조데이터는 선박 발전소등 대형설비의 수명이나 내구성을 연장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한국인 고유의 인체특성 치수나 임상특성에 관한 참조데이터는 의류나 가구산업에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진에 따른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경제적 효과도 가지고 있다.
측정에 기초한 과학기술분야의 참조데이터가 일상생활과 산업 활동에 올바르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정확도에 대한 엄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측정을 토대로 생산된 참조데이터의 값이 얼마나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평가해 공인한 자료를 참조표준이라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국가참조표준센터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측정데이터의 정확도와 신뢰도 평가를 통해 참조표준을 제정하고 보급하고 있다.
21세기는 지식정보사회라는 말을 우리는 흔하게 듣고 있다. 측정에 기초한 참조표준이야 말로 지식정보사회를 견인하는 유용한 도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정광화 한국표준과학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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