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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소통하라" 인맥 넓히기 바빠진 재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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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소통하라" 인맥 넓히기 바빠진 재계

입력
2008.11.1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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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계와의 인맥 구축은 단지 일면식이 있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현지 투자와 고용 창출 등 실용주의적인 '신뢰의 카드'가 담보될 때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삼성그룹 고위 관계자)"

우리 경제계가 버럭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 측과 소통할 수 있는 인맥을 구축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사실 국내 재계에서 오바마 측과 직접 선이 닿는 인맥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류진 풍산그룹 회장 등 미 정ㆍ재계와 폭 넓은 교분을 갖고 있는 인사들도 공화당 인맥이 주류를 이룰 뿐, 오바마의 민주당과 인연이 닿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재계는 앞으로 입각할 오바마 행정부의 유력 참모진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지원세력을 중심으로 보다 실용주의적인 측면에서 미국과의 대외협력 창구를 넓혀간다는 전략이다.

재계에서 오바마 인맥과의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인사로는 한미교류협회 회장을 역임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꼽힌다. 김 회장은 재계 총수 중 공화, 민주 양당과 모두 인연이 깊은 거의 유일한 인사로 통한다. 특히 김 회장은 오바마의 백악관 비서실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톰 대슐 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향후 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칠 미 하원 국제관계위 아태소위 위원장인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등과 막역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김 회장은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 축하인사 차 방미했을 당시 얼 포머로이 하원 세입위 위원 등 민주당 중진 의원들과도 연쇄 회동하며 친분을 다졌다. 한화 관계자는 "김 회장은 2년 전 국내에서 반미 감정이 고조되면서 자신이 만든 한미교류협회에 대해 각종 억측과 비판이 제기되자 자진 해체한 것을 아직도 아쉬워한다"며 "우리 정부와 재계가 오바마 측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렇다 할 인맥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김 회장의 역할과 행보가 자연스럽게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의 산실인 전경련은 오바마 당선에 따른 한미 경제협력 관계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한편, 오바마 정부와의 연줄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전경련은 일단 오바마 정부가 미 민주당의 무역 기조인 '보호주의' 정책을 펼칠 경우, 미 경제계와 공동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오바마 정부는 무역에서 보호주의를, 금융에선 규제 강화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에서 미 경제계 인사들에게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보호주의는 세계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고 밝혔다. 당시 미 경제계 인사들도 한국 측의 우려에 공감을 표시했다는 것이 전경련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도 분주해졌다. 미 공화당 라인과 교류가 깊은 조 회장은 새로 집권한 민주당과의 접촉 창구 마련을 위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최근 열린 한미재계회의를 통해 돈독한 관계를 쌓은 미 재계 인맥을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미 씨티그룹 인맥이 조 회장의 믿음직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한미재계회의 당시 미 대표로 나선 윌리엄 로즈 씨티그룹 부회장과 오바마의 경제참모로 꼽히는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주요 창구다.

로즈 부회장은 오바마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는 로버트 루빈 씨티은행 고문과 함께 최근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에 일익을 담당했다. 폴 볼커는 오랜 기간 전경련 국제경제고문을 지냈을 정도로 한국 경제상황에 정통한 지한파 인사.

전경련은 또 오바마 정부와의 경제협력 관계를 모색하기 위해 미국의 친 민주당계 인사들을 초청, 18일 '금융위기와 미국 차기 정부의 정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이 세미나에는 빌 클린턴 민주당 정부에서 일했던 사무엘 버거 전 백악관 안보자문 보좌관과 미 정계에 발이 넓은 컨설팅업체 스톤브리지의 찰스 프린스 자문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삼성과 현대ㆍ기아차, LG 등 주요 그룹은 개인적인 인맥보다는 현지법인 등 공식 조직을 통해 오바마의 민주당과 교류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 생산기지를 둔 기업으로서 투자 확대와 고용 증대만큼 미국에서 영향력을 높일 카드가 뭐 있겠는가"라며 "현지 정ㆍ재계 인사들과 대화의 폭을 계속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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