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보이트 지음ㆍ박병철 옮김/승산 발행ㆍ445쪽ㆍ2만원
물질과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가장 근본적이고 단순한 법칙으로 설명하는 것이 물리학자의 욕망이라면, 끈이론은 그들의 도원(桃園)이다. 입자물리학 교본인 표준모형이 중력을 설명하지 못하고,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통합할 수 없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 데 대해 끈이론이 그 해결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1980년대부터 끈이론은 들불처럼 번졌다. 우리나라도 끈이론 창안자 중 한 사람인 레너드 서스킨트가 석좌교수로 있는 고등과학원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여기에 발 담고 있다. 일반 대중도 끈이론은 베스트셀러 <엘러건트 유니버스> 등을 통해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하다. 엘러건트>
그러나 이에 우려하고, 심지어 경악하는 학자들이 적지않다. 차마 내놓고 말 못하는 잠복된 논란을 <초끈이론의 진실> 은 직설적으로 내뱉는다. "끈이론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노벨상 수상자 몇 명만 인용해보자. "바보 취급을 받는 한이 있어도 할 말은 해야겠다. 초끈이론은 완전히 엉터리다!"(리처드 파인만) "끈이론학자들이 대학에서 연구비를 타면서 감수성 예민한 학생들을 타락시키는 것을 방치해야 하는가?"(셸던 글래쇼) 초끈이론의>
이렇게 혹독한 비판에는 이유가 있다. 끈이론은 20여년 동안 수천명이 1만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나 한번도 검증된 적이 없다. 정확히 말해 실험으로 검증이 가능한 예측을 내놓은 적이 없다. 끈이론가들은 수학이 어렵다거나 다루는 영역의 에너지 수준이 실험하기엔 너무 크다는 등의 이유를 대는데, 저자가 보기엔 "풀어야 할 방정식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고 "기술이 발전해도 실험으로 현상을 설명해 검증할 길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물리학을 전공하고 수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끈이론을 '과학이 아닌 희망사항들의 집합체'라고 요약한다.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있으면 좋은 규칙들'을 모아놓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에드워드 위튼 같은 천재를 비롯해 그 많은 똑똑한 이들이 연구인생을 건 분야를 '지상 최대의 사기극'으로 몰아붙이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신랄한 공방이 오가는 과학계가 부러워 보이기도 할지 모른다. 은유가 아닌 수학을 정공으로 설명하고 있어 쉽지 않지만 건너뛰면서 읽으면 된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물리학자들의 인간적 면모는 보너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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