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는 끝난 것일까.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미국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안전하게’ 대선 승리의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을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계치만 보자면 오바마의 승리는 거의 확정적이다. 지지율, 선거인단 예상 확보수, 경합지역 판세 등 어느 것을 들여다봐도 오바마의 승리를 의심할 만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개표함의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민주당측 인사들까지 “과거 대선 데이터를 이번 선거에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다”며 막판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왜 그럴까.
흑인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전대미문의 정치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흑인이란 요인이 과거 축적된 데이터의 신뢰도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폭발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흑인 변수를 얘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브래들리 효과’이다. 백인 유권자가 여론조사에서는 흑인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투표장에서는 백인 후보를 찍는다는 이 말은 실제 효과가 여러 차례 논란이 됐음에도 여전히 꺼지지 않는 불씨이다.
투표일이 임박하면서 브래들리 효과는 유령처럼 민주당 캠프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현재 오바마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간 지지도 차이는 평균 6~7% 정도.
브래들리 효과가 실재한다고 가정할 때 이것이 지지도에 미치는 영향은 2~6%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만약 브래들리 효과가 투표에서 현실화하고 막판 다른 변수가 개입한다면 뜻밖의 결과도 배제할 수 없다.
브래들리 효과 이외 다른 변수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백인 부동층의 향배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는 14%이다. 7명 중 1명이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셈이다. 문제는 부동층 중 백인 비율이 훨씬 높다는 점.
매케인 후보를 탐탁치 않게 생각해 망설이고 있지만 결국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공화당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경우 백인 유권자가 많은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두 주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최대 격전지라는 점에서 부동층 향배가 대선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밖에 없다.
투표율도 변수다. 민주당은 오바마 지지자들이 여론조사가 심어준 오바마 대세론에 도취돼 투표장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표율에 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의 수석전략가 데이비드 엑슬로드가 “자만심이 최대의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1996년 빌 클린턴 재선 캠프에서 활약했던 딕 모리스는 1일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부동층의 상당수가 매케인을 찍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오바마가 여론조사에서 확실하게 49%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면 매우 긴 개표일 밤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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