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막판 대역전의 불씨가 될 수 있었던 브래들리 효과도 보이지 않았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주요 대형 경합주를 품에 안고 공화당의 텃밭을 밟아 백악관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4년 전 존 케리 후보가 승리한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지지주)를 모두 지키면서 철옹성처럼 여겨졌던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지지주) 다수를 빼앗아 오는 완벽한 승리였다.
개표 초반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바마 후보의 압승을 점치던 여론조사와 달리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반짝 선전이 빛났다. 4일 오후 7시(미 동부시간ㆍ한국시간 5일 오전 9시) 인디애나를 비롯한 동서부 일부 주들의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으나 각 방송사는 ‘박빙 승부(Too close to call)’자막만을 되풀이했다. 이 분위기는 오하이오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등으로 개표장이 확대되는 이후 2시간여 동안 계속됐다.
승부는 모두 68명의 대의원이 걸린 대형 경합주 3곳에서 판가름났다. 플로리다(27명) 펜실베이니아(21명) 오하이오(20명)의 개표율이 30~40%를 넘어서던 밤 10시 이후부터 매케인 후보는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초반 매케인 후보가 상당한 차이로 앞서가던 버지니아가 44년 만에 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1964년 린든 존슨 이후 민주당은 버지니아에서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이후부터 오바마 후보의 독주였다. 지난 대선에서 모두 조지 W 부시에게 표를 줬던 콜로라도 네바다 뉴멕시코가 새로 블루 스테이트에 합류했다. 완강해 보이던 공화당 텃밭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3차례 대선에서 모두 공화당을 지지했던 인디애나 역시 개표 완료 직전까지 팽팽한 접전을 벌이다 근소한 차이로 오바마의 품에 안겼다.
결정타는 역설적이게도 지난 대선 때 부시 대통령이‘승리 선언’을 한 오하이오였다. 오하이오가 밤 11시 임박해 오바마로 추가 기울자 CNN 방송은 11시를 막 넘어 ‘오바마 대통령’ 일보를 알렸다. 매케인 후보가 오바마 후보에게 패배를 시인한 전화를 한 것은 그로부터 10여분 뒤였다. 존 F 케네디가 승리한 1960년 대선 이후 이곳에서 이기지 않고 백악관에 입성한 후보가 없었다는 오하이오의 명성이 다시 확인됐다.
예상했던 대로 경합주 ‘빅 3’의 위력은 컸다. 지난 두번의 대선에서 부시의 손을 들어준 플로리다는 남부의 히스패닉 표심과 중북서부의 백인 표심이 팽팽히 맞서는 전통의 승부처. 이번에도 양 캠프는 27명이라는 50개중 4번째로 선거인단이 많은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투표 전날까지 표밭을 누볐다. ‘플로리다 결투’에서의 오바마의 승리는 유권자 혁명이라고까지 불리는 소수인종, 특히 히스패닉계의 민주당 지지성향이 투표장으로까지 연결된 것이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철강의 도시’ 필라델피아를 주도로 하는 펜실베이니아와 ‘50개 주의 풍향계’라 할 만큼 다양한 표심이 숨어있는 오하이오 역시 오바마 대세론을 그대로 반영했다. 펜실베이니아의 표심은 경제, 특히 금융위기가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결과이다. 부시 정부의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 매케인의 ‘안보’ 대신 오바마의 ‘경제’를 선택한 것이다.
뉴욕타임스 출구 조사결과 인종별로는 오바마와 매케인이 각각 백인 43%대 55%, 흑인 95%대 4%, 히스패닉 66%대 31%, 아시안 62%대 35%의 지지를 받는 분포를 보였다. 백인들은 2004년 선거 때 부시 대통령에게 케리 후보보다 17% 많은 지지를 보냈지만 이번엔 그 격차가 줄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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