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 측과 북한 정부의 첫 접촉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 회의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치러져 양측의 ‘상견례’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리 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오바마 진영의 한반도 정책팀장 프랭크 자누지는 7일(현지시간) NCAFP가 뉴욕에서 주최한 한반도 전문가 회의에 참석해 북핵 검증 문제를 포함, 미국 새 정부 하에서의 북미 관계에 대한 입장을 타진하는 첫 접촉을 가졌다.
회의에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윈스턴 로드 전 동아태 차관보, 스테이플턴 로이 전 주중 대사, 도널드 자고리아 헌터대 정치학과 교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 성 김 미 국무부 북핵특사 등이 참석했다.
회의는 4시간 여 동안 비공개로 진행돼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리 국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고 자누지 팀장 역시 “주최 측이 브리핑할 것이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자고리아 교수는 “회의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이뤄졌다”며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인 분위기로 진행돼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장기적인 북미관계 정상화 전망을 포함, 완전한 비핵화 검증 문제를 논의했고 미국 차기 정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인물과 북한 정부 관리를 소개하는 자리도 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은 조지 W 부시 정부와 오바마 차기 정부의 정권이양 기간에도 ‘계속성’을 갖고 협상할 수 있는 지 여부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미국 정부의 북미 대화 추진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사항임을 북한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바마 정부가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추진 방향과 근본적으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앞서 6일 리 국장은 “북한은 미국의 여러 정부를 대상(상대) 해왔고 우리와 대화하려는 정부, 고립하고 억제하려는 정부와도 대상했다”며 “우리는 어느 정부가 나와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자들이 과거 북미 접촉시 극도로 발언을 자제했던 것에 비춰볼 때 리 국장의 발언은 북측이 오바마 정권과의 대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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