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는 투표를 목전에 두고 상대방 텃밭을 누볐다. 적진에서 승리를 일궈내려는 마지막 승부수였다. 선거를 이틀 앞둔 2일 오바마는 4년 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사실상 '승리선언'을 한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 오하이오를 하루종일 누비며 대세몰이에 나섰고, 매케인은 지난번 민심을 잃었던 펜실베이니아와 뉴햄프셔를 돌며 막판 대역전극의 불씨를 살리느라 혼신의 힘을 다했다.
오바마, 오하이오를 승리 선언의 장으로
오하이오 콜럼버스와 클리블랜드에서 대규모 유세에 나선 오바마의 화두는 "방심하지 말자"였다. 선거인단 20명의 오하이오를 차지한다면 대선 승리를 사실상 결정지을 수 있다는 게 오바마의 판단인 듯했다. 그는 승리를 확정할 때까지 조금의 허점도 보여서는 안된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또 알렸다.
클리블랜드에서 "요 며칠동안 매우 기분이 좋았다"며 만면의 미소를 띤 채 연단에 오른 오바마는 "여러분도 4일 투표에서 우리가 이길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그러나 "아직 변수가 많은 만큼 투표장에 나와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기타를 매고 나와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스프링스틴은 "오바마와 함께 해 영광"이라며 "오바마에게는 그를 더 나은 천사라고 부를 수 있는 뭔가가 있다"고 한껏 치켜세웠다. 오바마는 앞서 콜럼버스에서 "연 소득이 25만 달러 이하인 미국인의 세금을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매달 100억 달러를 쏟아 붓는 이라크 전쟁을 끝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캠프는 이날 딕 체니 부통령이 전날 매케인을 지지 선언한 것을 소재로 한 새로운 TV 광고를 내보냈다. "매케인을 지지하게 돼 기쁘다"는 체니의 와이오밍에서의 발언을 부각시킨 뒤 매케인과 부시 대통령이 함께 있는 사진을 보여주는 광고는 매케인과 현 공화당 정부의 가장 인기없는 두 지도자를 한통속으로 묶는 메시지이다.
투표를 독려하기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움직임도 한층 조직적으로 전개됐다.오바마 캠프는 '설득군단(persuasion army)'이라는 자원봉사단을 조직, '오바마 지지자를 집 뒷마당에서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한' 캠페인에 들어갔다.
뉴햄프셔의 역전승을 다시한번
매케인은 펜실베이니아에서 사실상 대선의 승부수를 띄웠다. 2004년 민주당의 텃밭이자 21명이라는 적잖은 선거인단을 갖고 있는 펜실베이니아를 탈환하지 않고는 승리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론조사에서 투표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오바마에 7% 이상 뒤지고 있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전선을 형성해야 하는 데서 매케인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 매케인은 펜실베이니아 월링포드에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는 몇 퍼센트 뒤지고 있다"고 언급한 뒤 "사람들은 우리를 여기서 지우려고 하지만, 매케인은 돌아왔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그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조지프 바이든의 고향인 스크랜튼에서는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뒤 지도력의 시험을 받을 것"이라는 바이든의 말을 겨냥, "나는 테스트를 받았고, 오바마는 그렇지 않다"며 "오바마는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경험과 경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매케인 캠프는 이날 오바마의 자질론을 문제 삼는 TV 광고를 잇따라 내보내며 '준비되지 않은 지도자의 위험성'을 알리는 데 안간힘을 썼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민주당 경선 당시 발언했던 "백악관에서는 연설할 시간도, 훈련을 받을 시간도 없다. 매케인은 경험이 있지만, 오바마는 2002년 한 연설을 재탕할 뿐"이라고 한 내용과 오바마의 담임목사이자 정신적 스승이었던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갓 뎀 아메리카" 파문을 부각하는 광고였다.
매케인은 뉴햄프셔에서는 공화당 경선 당시 예비선거에서 승리해 후보 지명의 교두보를 마련했던 것을 의식, "뉴햄프셔가 나에게 다시 한번 임무를 부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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