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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환경련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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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환경련의 굴욕

입력
2008.1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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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운동연합 환경센터. 이시재 특별대책회의 의장과 상근 활동가 등 25명이 수령 250년 된 회화나무가 있는 마당에 모였다. 잇따른 회계부정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데도 3일 변명에 급급한 A4 2장짜리 보도문만 달랑 발송해 지탄을 받은 지 사흘 만이다.

"백지상태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이름 빼고 다 바꾸겠습니다." 뼈아픈 반성이 이어졌다. 부정사건이 "개발 일변도 정부 정책과 자본에 맞서 싸우는데 치중한 나머지 책임감을 소홀히 한 결과"라던 강변도 "기본과 원칙을 무시하고 회원을 뒷전에 두는 활동방식" 등에 대한 자성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카메라기자 앞에서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환골탈태를 다짐하며 중앙사무처 상근활동가 35명이 전원 사퇴했다. 20여년 경력의 한 활동가는 "생계비 30만원조차 받지 못할 때가 많았지만 초등학생 아들이 장래희망을 '환경연합 활동가'라고 적어 뿌듯했는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여성 활동가 2명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진작에 통렬히 반성하고 쇄신을 다짐했다면, 이날 카메라기자의 요청으로 연거푸 고개를 숙여야 하는 '굴욕'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의장은 자성 끝에 "그래도 미미한 조직이라도 한국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지만, 환경연합은 결코 '미미한' 조직이 아니다. 월회비를 내는 회원만 3만명에, 새만금 경인운하 천성산터널 등 굵직한 국가사업마다 입김을 끼쳐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행동으로 입증하는 것 외에는 마음 떠난 회원과 시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도, 환경연합의 간판을 더 유지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런 다짐대로 환경연합이 한쪽 벽에 새긴 후원회원 3,400여명의 이름을 가슴에 담고 250년 풍파를 견딘 회화나무처럼 환경운동의 역사를 계속 써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재용 사회부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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