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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그 여자의 침대' 박현욱 "결혼제도…인간의 모습 다루다보니 쓰게 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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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그 여자의 침대' 박현욱 "결혼제도…인간의 모습 다루다보니 쓰게 된것"

입력
2008.11.10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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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란 인간의 모습을 다루지요. 사회적 관계, 정치적 관계를 통해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제 소설처럼 아주 좁게는 남녀관계, 가족관계를 통해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박현욱(41ㆍ사진)씨가 등단 8년 만에 처음으로 그간 발표한 단편소설들을 묶어 <그 여자의 침대> (문학동네 발행)를 펴냈다. 박씨는 최근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원작 소설가다.

한 여자가 두 남자과 결혼한다는, 전형적인 결혼관계에 대해 전복적인 상상력을 발휘했던 그의 장편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2006)와 마찬가지로 첫 소설집 수록작 8편의 축도 남녀관계다.

그런데 그 관계란 개인의 행복과 제도적 구속의 틈바구니에서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는 관계다. 이혼 후 새 애인을 만났지만 좁은 침대를 넓은 침대로 바꾸자는 애인의 제안에 알 수 없는 불안을 느끼는 표제작의 여주인공, 육체적 욕망이 사그라진 뒤 아파트 평수와 대형TV, 장롱 크기 따위만 대화 주제가 되는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남성('링 마이벨') 등은 '낭만적 사랑에서 결혼제도 내의 안착'으로 이어지는 통속적 애정관에 지극히 부정적이고 냉소적이다.

심지어 이들은 "결혼에 실패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행복한 결혼을 꿈꾸었다. 그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바라는 바가 많지 않다면 그러니까 행복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다면 혼자 사는 것보다 결혼하는 것이 낫다"(88쪽)고 선언하기까지 한다.

구속적 제도로서의 결혼, 낭만적 사랑의 신화 깨기 등은 이미 다른 작가들도 지속적으로 변주하고 있는 주제들이다. 박씨가 유독 이 문제를 천착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말한다. "결혼제도 자체의 문제점이 있다 그러니 대안을 물색하자, 그런 의도로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 인간의 문제들을 들여다보자,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를 들여다보려니까, 남녀관계와 결혼제도 문제가 쓰여지는 것이겠지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전기는 될 수 있어도 소설이 될 수 없다"는 것은 그의 지론이다. 그는 자신의 편애 대상을 '루저(loserㆍ패배자)'라고 표현했다. 프로바둑기사 지망생의 입단 좌절기인 '이무기'는 여러 면에서 그에게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대학 때부터 한국기원이 발행하는 월간 '바둑' 지를 10년 넘게 정기구독하며 온라인 바둑에서 5, 6단을 놓고 두는 그에게 취미 이상의 취미인 바둑의 세계를 소재로 하는 소설이다.

"바둑에 들인 시간과 정성을 생각하면 대하소설을 쓸 정도지만, 그나마 이 단편 하나라도 건져 오랜 마음의 부담을 털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네요. 허허허"라며 박씨는 사람좋은 웃음을 지었다.

그는 "소설과 나는 별개다. 앞으로 좋은 사람이 나타나나면 결혼하겠다"는 독신남이다. 다음 작품도 여전히 남녀관계, 애정관계를 다루게 될까. "정말 잘 쓰는 사람은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지만 나는 쓰고 싶은 것 중 일부만 쓸 수 있는 작가입니다. 무엇이 나오게 될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라는 박씨는 "어쨌든 사람에 대한 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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