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4년짜리일까, 8년짜리일까. 지지도가 역대 최악인 20%대로 주저앉은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연임해 8년을 했는데, 역사적인 흑인혁명을 이룩한 오바마가 4년 단명에 그칠 수는 없다는 우스개소리가 나돈다.
그러나 4년 후에도 지금의 벅찬 감동이 지속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 오바마에게 거는 엄청난 기대는 언제든 그만큼의 실망과 분노로 돌변해 치명적인 비수가 될 수 있다. 오바마 혁명의 성공적인 착근 여부는 4년 뒤 재신임을 얻어 8년짜리 대통령이 되느냐 못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오바마 당선자는 1933년 대공황 와중에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자주 비교된다. ‘100년만의 최악’이라는 절체절명의 경제위기라는 상황이 비슷하고, 집권당이 상하원 양원을 장악해 ‘일당 지배’의 프리미엄을 안고 정권을 시작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당선자 캠프 안에서는 ‘프랭클린 취임 100일’을 벤치마킹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오바마가 7일(현지시간) 당선 후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내년 1월20일까지는 현 정부가 유일한 정부”라며 부시 정부와 선을 긋는 발언을 한 것을 두고, 루스벨트 당선자가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제안한 대공황 타개를 위한 국제회의 참석을 거부한 것을 연상시킨다는 해석도 나온다.
루스벨트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대적인 경기부양책, 서민ㆍ극빈층을 위한 사회복지, 투명한 경제를 위한 감시와 규제를 통해 대공황의 그늘을 하나하나 걷어내며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4선 대통령의 신화를 이룩했다. 여기에는 루스벨트 취임 100일을 특별회기로 정하고 수백개에 달하는 법안과 안건을 처리하며 행정부와 호흡을 같이한 의회의 협력이 절대적이었음은 물론이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경제회생과 의회와의 협력을 통한 정치안정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느냐가 오바마가 루스벨트의 성공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를 수 있는 1차 관건이다.
문제는 오바마의 과제가 ‘루스벨트식 경제회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바마가 루스벨트와 다른 것은 그가 최초의 흑인대통령이라는 점이다. 루스벨트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인종통합이라는 또 하나의 육중한 장벽이 그의 재선가도를 무겁게 가로막고 있다.
오바마에 환호하고 감동한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의 절대적 지지는 그가 흑인이면서 인종을 초월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흑인으로는 처음 선거를 통해 주지사가 됐던 더글러스 와일러 전 버지니아 주지사는 8일 “(미국의 흑인을 지칭하는) ‘아프리칸-아메리칸’이 아닌 ‘아메리칸’이라는 정체성을 얘기할 때가 됐다”며 “이것이야말로 전환기의 새로운 요구”라고 말했다.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의 제임스 클리번 하원의원(사우스 캐롤라이나)은 “오바마의 승리는 ‘보다 완벽한 통합’으로 흑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앵글로색슨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던 이탈리아계, 유대계, 아일랜드계 백인들이 지금은 미국 주류사회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흑인도 수식어 없는 ‘아메리칸’이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미국 사회에 편입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1976년 선거에서 승리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민주당의 의회 양원 장악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임기를 시작했으나 결국 ‘레이건 보수주의 시대’를 헌납하는 실패한 단임 대통령에 그쳤다. 루스벨트가 될 것인지, 카터가 될 것인지는 이제부터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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