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서울 강북지역 일대에서 일명 '보일러 발바리'로 불리는 연쇄 성폭행범이 최소 10여건의 연쇄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돼 경찰이 수사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그러나 동일범의 소행 사실을 밝혀내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아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7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마포구 창전동에서 원룸에 혼자 사는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범인의 DNA를 분석한 결과, 2005년 6월부터 마포구는 물론이고 도봉구와 동대문구 등 서울 강북지역에서 10여 차례 연쇄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범인과 동일인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확보한 범인의 체액과 체모를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신고사항을 종합한 결과, 마포 일대에서 가장 많은 4건이 발생했으며 광진구에서도 2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동대문구와 동작구, 도봉구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혼자 사는 20대 여성의 신고가 1건씩 접수됐다고 밝혔다.
경찰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범인은 인적이 드문 새벽시간이나 이웃이 모두 출근한 오전에 다세대 주택에 혼자 사는 여성들만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범인은 "보일러 점검을 나왔다"거나 "택배가 왔다"고 속인 뒤, 문을 열어주면 흉기로 위협해 돈을 빼앗고 성폭행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보일러 발바리'라는 별명을 붙인 것도 피해자 10여명 가운데 70% 가량이 '보일러공을 사칭한 사람에게 당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10여명 피해자의 진술을 종합, 180㎝가량의 키에 20대 후반의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경찰은 신분 노출을 우려해 신고를 기피하는 사례까지 감안하면, '보일러 발바리' 범행에 따른 피해자가 더욱 많을 것으로 보고 성폭행 지역 일대에서 탐문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또 보일러 수리 가능성이 높은 겨울철이 시작된 만큼 동일범 혹은 이와 유사한 범죄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 다세대 주택이나 원룸 밀집지역에 대한 순찰도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보일러 점검을 가장한 강도ㆍ강간사건이 빈발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리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보일러 점검이나 가전제품 점검을 이유로 문을 열어 달라고 할 경우, 관련 업체에 전화를 걸어 확인 후 문을 열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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