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1·3 이후 강남 재건축 단지 가보니… "살 사람 없는데 집값만 들썩거려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1·3 이후 강남 재건축 단지 가보니… "살 사람 없는데 집값만 들썩거려요"

입력
2008.11.10 01:18
0 0

"솔직히 (정부가) 잘못 건드렸다고 봅니다. 지난 주부터 규제 완화 이야기가 들린 뒤로 벌써 호가가 1억원이 뛰었잖아요. 정작 수요자들은 움직이질 않고 있는데 가격만 들썩거리니 원,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상자의 뚜껑이 열린 거라고요."

4일 서울 대치동의 E공인중개사무소. 중개사 김모 씨는 11ㆍ3 대책에 대한 불만부터 쏟아냈다. 그는 "중개업을 하는 입장이지만 솔직히 가격만 올라가지고서는 거래도 어렵고 오히려 시장 불안만 가중될 것"이라며 "거래를 살리는 대책이 되어야 하는데 정부는 마치 가격 띄우는걸 경기부양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인접한 C공인을 찾았다. 이곳 박모 중개인은 실체 없는 호가 급등이 야속하기만 하다고 털어 놓았다. 박씨는 "열흘 전 7억5,000만원에 나왔던 매물들이 이번 대책 발표 후 기대심리 때문인지 시장 분위기만 확인하고는 대부분 회수됐다"며 "최근 7억7,000만원짜리 급매물이 하나 팔리긴 했지만 강남은 여전히 투기지역으로 묶여 대출 규제도 많은데다 실물경제 여건도 좋지 않은 탓에 매수자들은 관망만 할 뿐 선뜻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11ㆍ3 대책'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의 빗장이 대부분 풀리면서, 재건축 시장에 호가 급등과 매물 회수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등 시장이 또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그러나 재건축 완화를 통해 침체된 주택시장을 살리고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이번 대책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만 부채질 할 수 있는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자칫 거래는 거래대로 실종되고 겨우 안정시킨 아파트값만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은마아파트 단지 내 E공인 관계자는 "102㎡(31평)형의 경우 7억원대 급매물이 팔리면서 호가가 8억원대 초ㆍ중반 선까지 올라섰다"며 "하지만 그 동안의 낙폭과 규제 완화에 따른 일시적 반등일 뿐 대세 상승 분위기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살 사람은 더 떨어질 것을 감안해 가격을 깎으려고 하고 팔 사람은 재건축 추진 기대감에 조금이라도 더 올려 받으려 해 매도ㆍ매수 호가 차이만 벌어지고 있다"며 "가격 전망이 아직 불투명하기 때문에 일부 저가 매물이 팔리고 나면 수요자들도 쉽게 매매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포동 재건축 단지도 호가 상승과 매물 회수가 이미 시작됐다. 단지 인근 우정공인 관계자는 "나와 있던 물건들이 정부 대책 발표가 있던 3일 오후부터 회수되기 시작해 지금은 부동산에서 잡고 있는 매물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42㎡(13평)형의 경우 5억9,000만원에 나왔던 물건들도 호가가 이미 6억3,000만~6억4,000만원 선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역시 정부 재건축 규제 완화 소식이 전해진 지난 주부터 매물회수의 움직임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열흘 전부터 매물이 조금씩 들어가다 지금은 전체 매물의 70~80% 가량은 호가만 오른 채 회수됐다"며 "남은 매물도 정작 거래 문의가 이뤄지면 5,000만원 이상씩은 올려 부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세도 최근 바닥을 치고 올라서기 시작했다. 주공5단지 내 상가의 S공인 관계자는 "지난 해 13억7,000만원까지 갔던 113㎡(34평)형은 지난달 초 8억2,000만원까지 떨어진 이후 이번 주 들어 다시 8억7,000만~9억원까지 호가가 빠르게 상승했다"며 "급매물이 나와도 찾는 사람이 없었는데 가격 마저 올라버렸으니 대세 상승이 아니라면 당분간 재건축 거래는 더 어려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강동구 둔촌주공과 송파동 가락시영 등도 10월 말에 비해 호가가 각각 2,000만~3,000만원 가량씩 올랐다.

고덕주공2단지재건축조합 박원호 총무이사는 "소형ㆍ임대주택비율 규제가 완화돼 사업성이 나아지긴 했다"면서 "그러나 분양가상한제나 개발이익환수제가 그대로 남아 있어 조합원들에게 여전히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