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능시험을 코 앞에 둔 고3 수험생 김현지양은 지난 주말 복통으로 응급실 신세를 졌다. 김양은 올 들어 벌써 다섯 번이나 위경련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평소에도 유난히 신경이 예민해 소화불량은 물론 자주 복통을 겪었다.
처음에는 그저 소화제나 진통제로 응급처방을 했지만 최근 들어 복통이 더 심해졌다. 특히 이번처럼 갑자기 위경련이 생기면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실신하기도 했다. 수능일이 다가올수록 심해지는 증상에 김양과 부모님은 시험이나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경련 생겨
시험이나 면접 등과 같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장 먼저 소화불량 같은 위장질환이 생긴다. 그 만큼 위는 우리의 정신신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율신경계에 의해 움직이는 위장은 스트레스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가 신경계를 통해 위장에 전달돼 소화불량 같은 각종 장애를 일으킨다. 예컨대 우울해지면 곧바로 자율신경이 위를 압박해 위 운동이 저하되고 위산 분비가 줄어든다.
때문에 불규칙한 식사와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많은 현대인이 기능성 소화장애로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스트레스와 정신적 충격 등은'신경성 위장장애'를 일으킨다. 이는 흔히 위경련이라고 하는 극심한 복통을 동반한다.
위경련은 위의 연동운동이 비정상적으로 늘면서 위가 과도하게 수축돼 명치끝 부분을 중심으로 생기는 극심한 통증이다. 갑자기 찾아오는 통증은 가벼운 위통이기도 하지만 심하면 쥐어 비트는 듯이 아프고 통증이 온몸으로 전달된다.
또한 식은땀이 나고 손발이 차가워지며 때때로 구토나 실신하기도 한다. 통증은 몇 분에서 몇 시간 계속된다. 원인은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 흡연, 과식, 과음 등으로 알려져 있다.
세란병원 내과 이지은 과장은 "스트레스로 자극을 받으면 위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호르몬을 분비해 위액이 늘어나고 위벽 근육이 지나치게 수축돼 경련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 위액이 과도하게 분비되면서 위염이나 소화성 궤양 등과 같은 급ㆍ만성 위장질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경성 위장장애는 스트레스에 예민한 여성에게 더 자주 나타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중 21%가 위경련을 경험했다. 특히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나 주부, 젊은 직장 여성에게 흔하다. 문제는 이런 증상이 갑자기 나타날 뿐 아니라 자주 재발한다. 따라서 마치 만성질환처럼 위경련에 시달리는 이도 적지 않다.
■ 진통제로는 위경련 해결 안돼
위경련은 정확히 말해 소화기 질환 증세이지 병은 아니다. 따라서 위경련이 생겼을 때는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경련이 자주 생기는 사람 중에는 처음 위경련을 경험했을 땐 놀라 병원을 찾았지만 통증이 심하지 않으면 진통제나 소화제 같은 약으로 통증을 가라앉힌다는 이도 적지 않다. 복통 환자 10명 가운데 1명은 두통약과 같은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실제 소화제나 제산제, 진통제는 위경련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임의로 제산제나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은 자칫 질환을 만성화할 수 있다. 따라서 위경련이 자주 나타나는 사람은 반드시 병원을 찾아 내시경 등으로 정확한 검사를 받아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실제 이런 환자 중 급성 위염이나 위궤양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위경련은 위 질환 뿐 아니라 십이지장염, 역류성 식도염, 급성 충수염, 자궁 경련 등 다양한 원인으로 생길 수 있다.
위경련을 가라앉히려면 수축된 위 근육을 풀어주고 아세틸콜린 분비를 억제해 주는 진경제를 먹어야 한다. 진경제는 말 그대로 경련을 진정시키는 약으로, 내장 평활근을 이완시켜 소화기관의 정상적인 활동을 돕는다. 생리통도 평활근으로 이뤄진 자궁이 수축하면서 발생하는 통증이므로 진경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진경제로는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부스코판'이 대표적이며,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알기론'(녹십자), '아클라톤'(현대), '티로파'(대웅제약) 등이 있다.
위경련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과식이나 과음 등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다. 특히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로도 피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자극적인 음식이나 술, 카페인,흡연 등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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